[테마 베이스볼] 창원 새 구장 건립…돈만 들까, 돈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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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7시 00분


테마 베이스볼|암초 만난 9구단 창단

“수천억 투입에 수입은 연간 몇십억 뿐”
일부 시의원 반대…협약 재협상 주장
시민 64% 찬성에도 승인 2차례 부결

시 “연 1456억 효과…랜드마크 역할”
30년된 마산구장 낙후 리모델링 한계

비가 내리면 마산의 야구팬들은 전광판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마산의 열악한 구장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포츠동아DB
비가 내리면 마산의 야구팬들은 전광판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마산의 열악한 구장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포츠동아DB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할 줄만 알았던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이후 작업이 연고지, 창원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신축구장건설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창원이 프로야구 9번째 연고지로 결정된 가장 큰 이유에는 자치단체의 신축구장 건설에 대한 강한 의욕이 첫 번째였다. 그러나 일부 의회 의원들은 예산상의 문제, 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야구장신축 약속 등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 창원시 시민단체 ‘희망진해 사람들’, ‘민생민주 창원회의’, ‘마산진보연합’ 등은 “창원시가 맺은 5년 이내에 신축구장 건립 약속은 불평등한 협약”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의원 신축구장 왜 반대하나?

창원시의회 환경문화위원회는 지난달 13일 격론 끝에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관련 협약서 체결 동의건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날 회의는 신축구장을 일부 시의원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신축구장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신축구장을 ‘창원시민들이 수 천억 원을 들여 제9구단 엔씨소프트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신축구장은 창원시가 엔씨소프트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재산이며 장기계약으로 사용료를 받는 공공재다. 일부 의원들은 “1년에 몇 십억원도 되지 않는 사용료 때문에 수천억 원의 예산을 써야 하나?”고 지적하지만 창원시가 의회에 제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현대적 신축구장은 입장료, 식음료 판매 등 연간 1456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창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신축구장은 문학구장 이상으로 ‘공원’의 성격을 매우 강화할 예정이다. 프로야구단만을 위한 구장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문화 인프라다.

○마산구장은 프로팀 제1홈구장이 될 수 있을까?

김하용 시의원은 환경문화위원회 회의에서 “마산구장이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4∼5위 정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마산구장의 관중수용 능력은 2만1000석 규모로 광주, 대구, 대전보다 많다. 그러나 이들 구장은 대표적으로 낙후된 구장으로 광주와 대구는 이미 신축이 결정된 상태다. 특히 마산구장이 2만1000석 규모라고 하지만 관람석이 매우 협소한 상태다. 다른 구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개보수후 1만 7000석도 어렵다는 것이 창원시 문화체육국의 분석이다. 또한 30년 이상된 노후한 구장으로 리모델링에 한계가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진단 결과 안전등급 역시 B등급이다.

○“왜 창원만 건설비용을 전액 부담해야하나?”

일부 시의원들의 또다른 반대 논리 중 하나는 광주와 대구의 경우 연고구단 모기업이 신축구장 건립비용의 일부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시의회 임시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창원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신생구단을 유치했다. 30년간 기존 연고지와 깊은 관계를 맺은 다른 구단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뉴욕 양키스처럼 경기장이 구단의 자산인 팀과 텍사스처럼 시가 건립한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팀 등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하다. 창원시가 신축구장 건립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민자를 유치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위한 순수한 공공재로써의 야구장을 일부 포기해야한다. 입장료와 부대시설 사용 비용 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축구장 없는 창원의 경쟁력은?


제9구단 연고지로 창원의 가장 큰 매력은 신축구장 건설이었다.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를 잡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프로야구 구단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프로야구 구단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자부심이 매우 높다. 신축구장을 반대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은 예산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잠실보다 더 현대적인 야구장이 주는 상징성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통합된 창원시를 상징하는 랜드 마크가 될 수 있다. 최근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수원시, 전주·군산 등이다. 100만 가까운 인구를 가진 고양시도 꾸준히 프로야구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원시의원들을 만나 신축구장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의회에서 신생구단 유치와 신축구장 협약이 통과되면 새 야구장에 필요한 시설, 나아가야할 방향 등 창원시민들을 위해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많은 것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월드리서치가 지난 1월 창원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3%가 프로야구단 창단을 적극 지지했고 63.5%가 새 야구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창원시의회가 더 이상 협약승인을 미루면 프로야구단 창단이라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이득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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