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무등산 메시’ KIA 김선빈, 3·30도루 꿈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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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7시 00분


끝없는 훈련으로 극복한 ‘단신 핸디캡’
팬들은 ‘무등 메시’란 별명을 선물했다

개막후 7경기 타율 5할·13안타·10타점
절정의 타격감에 파워까지 업그레이드
고교시절 우상 손시헌에 당당한 도전장

KIA 김선빈은 요즘 ‘무등산 메시’로 불린다.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과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에 빗대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169cm의 메시는 “축구에서 키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김선빈도 메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야구에서 키는 중요하지 않다”며 키 작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한다.

올해 김선빈의 목표는 생애 첫 3할과 30도루다. 지난 3년의 경험이 자신감이 됐고, 올해는 KIA의 인정받는 유격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무등산 메시’는 올 시즌 출발부터 펄펄 날고 있다. 개막 후 7연속경기안타를 치며 타율 5할, 13안타, 10타점에 도루도 6개나 기록했다. 김선빈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고 올 시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계획이다.

○‘야구 천재’에서 ‘무등산 메시’가 됐다!

김선빈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1학년 때 동네 형들이 테니스공으로 야구를 하던 것을 보고 따라하다 입문했다. 키는 작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잘했다. 화순초등학교와 화순중을 졸업한 그는 화순고 2학년 때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6년 대통령배에서 국내 유일의 군단위팀 화순고를 4강에 올려놓았다. 김선빈은 화순고 전력의 70%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선수를 연상케 하는 핸들링과 송구력이 스카우트들을 사로잡았고 누상에 나가면 2루와 3루를 제집 드나들듯 훔쳤다. 위기에선 마운드에 올라 시속 145km의 빠른 공을 힘들이지 않고 던졌다.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청소년대표에 뽑혀 김광현(SK), 임태훈(두산) 등과 함께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나가 우승도 했다. 아마추어 시절 ‘야구 천재’로 불렸던 김선빈에게 단 하나의 아쉬움은 작은 키였다. 그가 최고의 기량을 갖고도 2차 6번으로 지명된 것은 작은 키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이었다. 입단 4년차인 그에게 팬들은 ‘무등산 메시’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이제 그에게 작은 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시헌을 보며 꿈을 키웠다!

고교 2학년 때 우연히 TV에서 두산 손시헌을 봤다. “키도 작은데 유격수에서 공을 너무 멋지게 던지더라고요. 그때 처음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김선빈이 손시헌의 말 가운데 가슴에 담아두는 2가지가 있다. ‘꾸준함보다 빛나는 것은 없다’와 ‘평범한 타구를 가장 열심히 잡는다’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쉬운 타구를 열심히 처리할 생각이다. 김선빈은 손시헌처럼 수비범위가 넓고 강한 송구능력을 갖추고 있다. 손시헌을 보며 프로야구의 꿈을 키운 그는 이제 손시헌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목표는 3할과 30도루!

시즌 초반 김선빈의 타격은 놀랍기만 하다. 11일까지 7경기에서 13안타를 몰아쳤고, 10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5할에 도루도 6개를 성공시켰다. 올해 목표로 잡은 3할과 30도루를 향한 쾌조의 출발이다. 올해 김선빈은 배팅 타이밍이 너무 좋다. 스트라이드를 하는 왼발을 높이 들고 치면서 완벽한 타이밍을 몸에 익혔다. 지난해까지는 밀어치는 데 전념했지만 올해는 코스대로 쳐내면서 좋은 타구를 양산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힘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파워를 키우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예년보다 훈련량을 늘렸다. 타격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했다. 지금 김선빈은 좋은 타이밍과 자신감으로 뭉쳐있다.

○키 작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김선빈. 스포츠동아DB
김선빈. 스포츠동아DB

김선빈은 스몰야구에 강하다. 베이스러닝은 리그 정상급이고 번트와 팀배팅도 그의 특기다. 수비에서도 그는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선빈은 키가 작은 후배들에게 말한다. “스피드를 키워라. 번트와 팀배팅, 수비에 전념하라. 타격은 가장 늦게 해도 된다.” KIA의 이용규와 김선빈은 역사상 가장 키 작은 테이블 세터다. 시즌 초반 둘은 데뷔 후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빠르고 수비 잘 하고 콘택트 능력까지 보여주는 그들은 키 작은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부상을 이기는 게 프로다!

김선빈은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다. 화순고 2학년 때 인조잔디구장에서 발목인대를 크게 다쳤고 3학년 가을 또 한번 같은 부위 인대가 파열됐다. 해마다 체력이 떨어지면 발목에 통증이 심하다. KIA 이건열 코치는 “항상 발목부상 때문에 제 실력을 다 발휘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 발목이 아프면 여기저기 도미노처럼 잔부상이 찾아온다. “안 아픈 것도 실력이라고 양준혁 선배님이 이야기 하셨잖아요. 매일 열심히 보강하고 이겨내야죠.” 부상만 이겨낸다면 올해 김선빈은 생애 최고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키보다는 손이 작아 화가 나요!

“저 166cm인데요.” 입단할 때 164cm였던 김선빈이 올해 프로필에는 165cm로 나왔다. 1cm가 컸다고 했더니 지난해 건강검진 때 분명 166cm였다고 항변한다. 키는 이제 김선빈에게 더 이상 고민이 아니다. “스트라이크존도 좁고 타격폼을 바꿀 때 훨씬 유리한 것 같아요. 적응이 빨라요.” 키보다는 작은 손이 불만이다. ‘좋아하는 손시헌에게 한 가지를 얻는다면’ 하고 물었더니 ‘시헌형의 큰 손’이란다. 급할 때 공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악송구를 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게 한발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타구를 보고 움직이면 늦죠. 타구방향을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쇼핑이 취미예요!

김선빈은 4년째 숙소에서 생활한다. 쉬는 날 그가 즐겨 하는 일은 상대투수 분석과 수면, 그리고 쇼핑이다. 옷을 좋아하고 특히 캐주얼에 관심이 많다. 김선빈은 영리한 선수다. 신인 시절 그는 배팅연습 때 내야를 넘기지 못했다. 왜 그렇게 타구가 안 나가는지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때 그는 김동재 수비코치를 찾아갔다. “코치님! 저 펑고 부탁합니다.” 타격을 고민하기보다는 수비에 좀더 전념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김선빈의 모자에는 “현재를 즐겨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항상 즐겁게 해야 좋은 플레이도 나오고 좋은 성적도 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등산 메시’ 김선빈이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김선빈은?

▲생년월일=1989년 12월 18일
▲출신교=화순초∼화순중∼화순고
▲키·몸무게=165cm·70kg(우투우타)
▲입단=2008년 신인 드래프트 KIA 2차 6번(전체 43순위) 지명
▲2011년 연봉=7000만원
▲2010년 성적=115경기 348타수 102안타(타율 0.293) 1홈런 23도루 28타점 40득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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