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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율화의 The Fan] 여성 야구팬에 대한 편견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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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08:07
2010년 12월 17일 08시 07분
입력
2010-12-17 07:00
2010년 12월 1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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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많이 변했네”라는 말은 어르신들만 쓰시는 줄 알았는데 나도 종종 하게 된다. 야구장에, 또는 TV 중계 화면에 비치는 여성 야구팬들을 볼 때마다 어느새 저렇게 여자 팬이 늘어난 것인지 신기하니 말이다.
내 학창 시절만 해도 여성 야구팬이란 참으로 희귀한 존재였다. 교복을 입고 야구장에 앉아 있을라치면 좌우 전방에서 쏟아지는 눈길들이란.
더러 “공부는 안하고 야구장이나 다녀서 쓰겠냐”는 점잖은 충고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는 아저씨도, 기왕 온 김에 시원하게 쭉 들이키라며 맥주를 사주시는 다소 위험한 팬 분도 계셨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도 아니고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그랬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여성 야구팬의 숫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제 더 이상 여성 야구팬은 야구계 변방에 있는 존재가 아니며, 바야흐로 구단 마케팅에 있어서도 여성 팬덤을 끌어 들여야만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아니, 점점 더 지독하게 견고해지는 그것은 바로 여성 야구팬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이다.
‘정확하게 규칙도 모르면서 남들 따라 좋아한다’, ‘국제 경기에서 성적이 좋으니까 갑자기 팬이 되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없이 특정 선수를, 그것도 얼굴만 보고 좋아한다’ 등등의 잔인한 편견과 선입관들….
이런 여성팬들을 일컫는 ‘얼빠’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요즘은 한 술 더 떠 ‘얼리건’(얼빠와 훌리건의 합성어)이라 부르기도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집단화’하는 시선은 많은 여성 야구팬들을 아프게 한다. 즐기려고 보는 야구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감내해야 하는지 아마 남성 야구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리라.
정작 빼어난 미인인 김연아 선수의 남성 팬들에게는 붙지 않는 ‘얼빠’라는 수식어가, 대체 왜 여성 야구팬에게는 주홍 글씨처럼 따라다녀야 하는지….
여성 야구팬 중에서도 숨겨진 고수들이 많다는 치졸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생각해보자. 선수의 얼굴을 보고 좋아하거나 국제경기를 보고 팬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건 그녀가 여자라서가 아니다.
누구나의 시작이, 누구나의 사랑의 방식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이는 영화배우 못지않게 잘생긴 야구팬에 반해서 빠져들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우연히 가 본 야구장의 맥주가 너무 맛나서 빠져들었을 수도 있다.
그 계기가 사소했다고 해서 야구에 대한 열정마저도 남에게 폄하 당해야 할까? 선수들의 기록과 데이터를 줄줄 외지 못하고, 투수가 방금 던진 볼이 스플리터인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인지 구분을 못한다 해서 왜 비난을 받아야 할까.
끝내기 홈런을 맞은 순간 “거기선 바깥쪽으로 뺐어야지!”하며 분석적으로 탄식하는 팬심에 비해, 고개를 숙인 투수의 모습이 가슴 아파 발을 동동 구르는 팬심이 열등하다고 대체 그 누가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편견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이제부터라도 주위의 여성 팬들이 왜 야구를 사랑하는지, 어떤 매력에 끌리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아주 많이 다양한 이유로, 아주 많이 열정적으로 야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될 것이다.
화성과 금성에서 각각 우주선을 타고와 야구장에서 만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신이 야구를 좋아하는 바로 그 이유로, 우리도 야구를 사랑한다.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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