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포 상대 배팅볼…음메 기살아”

2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훈련에서 경성대 외야수 김형문이 추신수와 이대호가 특타훈련 도우미로 나와 투구하고 있다. 사직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메이저리그에서 떠오르는 별 추신수(클리블랜드), 대한민국 최고타자가 된 이대호(롯데)에게 연속해서 공을 던져야 하다면? 투수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새내기 대학생이라면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없다.

경성대 내야수 김형문(19·사진)은 28일 오후 사직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상대는 특별 타격훈련을 자처한 대표팀 중심타자 추신수와 이대호. 경성대는 윤영환 감독이 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선수들이 사직에 나와 훈련을 돕고 있다.

배팅볼 투수가 공을 정확히 잘 던져야 타자도 힘이 나는 법. 김형문이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자 추신수와 이대호도 타구를 사직구장 외야 관중석 깊은 곳까지 펑펑 날렸다. 200개의 공을 다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김형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야구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스포츠다. 투수는 불펜 피칭을 마치면 포수와 인사하고 직접 마운드를 고르는 것이 예의다. 타자도 프리배팅을 끝내면 공을 함께 모은다. 추신수와 이대호도 이날 배팅훈련이 끝나자 김형문과 함께 공을 모아 상자에 넣었다.

김형문은 “뒷정리까지 도와주실 줄은 몰랐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국가대표 좌·우 최고 타자에게 공을 던진 느낌을 어떨까? 김형문은 “너무 잘 치니까 저도 신나게 공을 던졌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저도 3루수예요, 나중에 저런 타자가 꼭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