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의 월드컵 포커스] 아차! 수비 실수…그래서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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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7시 00분


|한국 축구 총평 · 향후 과제

김학범 전 성남일화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학범 전 성남일화 감독. 스포츠동아DB
위대했던 도전.

그토록 바라던 8강 진출은 실패로 끝났지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축구의 아름다운 행보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났다고 축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시작이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성남 일화 감독)도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축구 인프라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1. 항상 같은 지적 ‘수비 실수’

○공격은 ‘매듭’…수비는 ‘절대 안정’ 아쉬워

허술한 볼 처리·상대 선수 놓쳐
우왕좌왕 수비진 냉정함 필요해


모두가 잘했다. 최선을 다했고, 멋진 승부를 펼쳤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길 수도 있었다. 더불어 밝은 내일을 엿볼 수 있었고 4년 뒤 브라질 무대에서 더욱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세계 정상급으로 발전을 위해 조금은 냉정한 시선이 필요하다.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수아레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을 전달한 바 있다. 포를란 못지않게 수아레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의 순도 높은 결정력에 두 골이나 실점했다.

그러나 첫 번째 실점 장면과 두 번째 실점 순간 모두 우리 수비진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많이 남는다. 조금은 질서 없이 움직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우왕좌왕하다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상대가 월등히 기량에서 앞선 게 아닌, 우리가 가진, 또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시각이 더 옳을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승부인지라 가정할 필요가 없지만 첫 골을 내줄 때 이영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수아레스를 커버했다면, 추가 실점을 할 때 김정우가 수아레스에 앞서 보다 빨리 볼 처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항상 같은 지적이 나온 게 안타깝다.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과 나이지리아와 최종전 모두 수비진의 실수에서 실점이 많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일정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정작 볼이 우리 문전으로 향할 때, 어느 누구도 상대 선수를 주시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선이 볼을 향하고 있었다.

막연히 요행을 바라고 볼을 허술하게 처리한 것도 지적하고 싶다. 우리가 전방으로 길게 볼을 연결할 때 대부분 완전하게 볼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다 빠른 패스 타임을 가져가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일단 차고 다음 동작을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박지성-이청용-김재성 등 미드필더의 플레이가 활발히 전개됐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공격진도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 문전에서 확실한 슛을 하지 못했다. 공격수란 매듭지을 수 있어야 한다. 단판 승부는 대개 한 골로 승패가 가려진다. 우루과이와 가장 큰 차이였다. 볼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한국은 주도권을 골로 연결하지 못했고, 상대는 전혀 반대 상황을 만들었다.

2. 가능성 확인…이젠 투자 해야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훌륭한 선수 키워낼 지도자 육성
열악한 축구 환경 개선도 힘써야


이제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 화제를 돌리겠다.

자, 한국 축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세대교체니, 뭐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벌써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걸 잘 안다.

헌데 개인적으로 그 어떤 무엇보다 국내 축구 환경,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국내 사령탑이 월드컵 16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처럼 국내에서 확실히 축구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모든 걸 당국에서 결정하는 북한을 제외하면 자국 리그 인프라가 한국처럼 허술한 곳이 없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도 선진 시스템을 닮았다기보다는 가장 열악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그냥 막연하게 ‘다음에는 더 잘하겠지’란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훌륭한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들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우린 분명 큰 가능성을 엿보았다. 적어도 세계무대 중간층까지는 갔다고 봐도 된다.

경기력 향상이 가장 시급하다. 1, 2부 업&다운 제도는 필수다. 특히, 2부 클럽의 경우 승격을 목표로 할테고, 결국 팀을 만들 줄 아는 지도자, 최상의 조직을 갖춘 팀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선수들에게 가장 주지시킬 부분은 패스 운영의 중요성을 느끼고 배웠다는 사실.

전술 소화 능력 역시 집중적으로 키워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게 바로 지도자들의 역할이요, 임무다.

물론 유럽 무대를 폄훼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해외에 가급적 많은 선수들을 진출시키고 싶어도 정작 해당 클럽이 한국 선수들이 필요치 않는다면 불가능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혹여 해외 진출에 성공했어도, 일단 축구를 시작하는 곳이 한국이란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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