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계 숨은 공신들] 골프장서 콘서트 ‘그린’ 개념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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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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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명 관람…지역 대표행사 자리매김
올해 10돌 맞아…나눔 캠페인도 진행
골프장 문화 ‘UP’…“브랜드로 키울것”


이날 하루만큼은 골프장이 아닌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시민들의 쉼터로 변한다. 페어웨이는 축구장이 되고, 벙커는 씨름장이 된다. 마음껏 뛰어놀아도 누구 한 사람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수만 인파가 몰려들면 클럽하우스 앞마당은 시골장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기울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장날 같다.

석양이 질 무렵이면 페어웨이는 화려한 콘서트 무대가 되고 잠시 후 기다리던 콘서트의 막이 올라간다. 2000년 5월 서원밸리 골프장 최등규 회장과 레저신문 이종현 편집국장이 의견을 내 시작된 그린콘서트는 올해 꼭 10주년이 된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서원밸리 골프장 박영호 사장은 “골프장 하면 문턱이 높기로 유명했다. 그린콘서트는 이런 분위기를 벗어 다함께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2002년을 제외하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다. 처음에는 조용한 골프장 이벤트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관람 인원만 수만 명에 이르는 지역의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콘서트를 다녀간 관중은 7~8만 명에 이르고, 출연진은 100명에 달할 정도다.

10살이 된 그린콘서트는 골프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동시키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골프장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는 편견을 허물었다.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이날 골프장을 찾는 인파는 1년 내내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수와 비슷하다. 작년에는 무려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콘서트를 찾았다. 이중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들로 자연스럽게 골프와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나눔’이다. 그린콘서트가 중단 없이 10년 째 계속 개최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즐기는 행사에 불과했다면 한두 해 개최되고 없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바자회와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매년 2000~3000만 원의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고 있다.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지원했고, 지역 복지단체에도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지금까지 콘서트를 통해 300대가 넘는 휠체어가 장애인들에게 전달됐다.
5월 마지막주 토요일이면 그린콘서트가 열린다. 아래 사진은 2009년 파주 서원밸리서 개최된 그린콘서트 현장.
5월 마지막주 토요일이면 그린콘서트가 열린다. 아래 사진은 2009년 파주 서원밸리서 개최된 그린콘서트 현장.

▲‘그린콘서트는 우리 동네 자랑’

처음 그린콘서트가 개최될 때만 해도 “골프장에서 무슨 콘서트냐, 헛돈만 쓰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린콘서트가 성공적인 골프문화로 자리 잡자 이제는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몇몇 골프장에서는 벤치마킹을 위해 직원들을 몰래 파견하는 일도 생겼다.

그린콘서트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루를 위해서 숱한 시간을 땀으로 보낸다.

손님들에게 접대할 음식과 콘서트를 홍보하는 일도 직원들의 몫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흥이 더해지면 콘서트는 절정이 된다.

그린콘서트는 올해 더 성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10회째 맞이하면서 골프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는 새로운 포부를 내걸었다.

박 사장은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동네 골프장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주민들과 화합하고 콘서트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문화행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29일, 서원밸리 골프장은 또 한번 화려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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