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계 숨은 공신들] USGTF 김용호 본부장 “될성부른 ‘떡잎’ 우리가 키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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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4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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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니어골퍼 지원 앞장…USGTF 김용호 본부장
주니어 훈련환경 미국 등에 비해 너무 열악
대학과 협력 인재발굴…세계무대 진출 도와

숙원이던 주니어골퍼 지원에 나선 USGTF 아시아본부 김용호 본부장이 박주혁 군
의 미국 주니어 마스터즈 우승 소식을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5년
취임해 개혁과 주니어 골퍼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숙원이던 주니어골퍼 지원에 나선 USGTF 아시아본부 김용호 본부장이 박주혁 군
의 미국 주니어 마스터즈 우승 소식을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5년
취임해 개혁과 주니어 골퍼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원칙주의 고수…이방인 취급 불식시켜

USGTF(미국골프지도자협회)의 시작은 험난했다. 1989년 출범해, 2000년대 초반까지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따가운 눈총에 시달렸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라이선스 발급으로 일부에선 장사꾼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치욕적인 순간이었다. 2005년 취임한 김용호 본부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개혁을 단행했다. 가장 먼저 원칙주의를 내걸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골프계에서 USGTF 출신이라고 하면 프로골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원칙주의 따른 변화를 통해 조금씩 개선됐다.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계획에 착수했다. 김 본부장은 “골프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로써 최소한의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계획이란, 주니어 골퍼들을 육성하는 일이다.

티칭프로골퍼를 양성하는 단체에서 주니어 골퍼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뭐 대단한 일을 하겠냐”며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다.

첫 번째로 대학과의 산학협약을 통해 우수한 인재발굴에 나섰다.

2007년 호서대와 처음 산학협약을 맺고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해, 지금은 송원대, 남부대, 광운대 등과 산학협약을 맺었다.

2008년에는 골프특성화 고교인 함평골프고의 지원을 시작했다.

조금씩 성과가 눈에 보였다. 이들 중 전문 티칭프로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USGTF 회원으로 입회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큰 일은 아니지만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서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이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격려해주는 시선이 많아졌다”고 김 본부장은 흐뭇해했다.

“골프 열정은 세계 최고”…미국 이어 호주 대회도 선수 후원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주니어 대회를 참관했다. 이런 큰 대회에 우리의 주니어 선수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룰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11월, USGTF는 전북 군산골프장에서 주니어 대회를 열었다. USGTF와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의아했다. 성적이 우수한 중·고교 선수를 선발해 미국에서 열리는 주니어 마스터즈 골프대회에 보낼 목적이었다. 이날 대회에서 선발된 4명의 주니어 선수는 12월 2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 폰테 베드라 골프장에서 열린 주니어 마스터즈에 출전했다.

모든 경비는 USGTF에서 부담했다. 수천만 원을 썼다. 결과가 좋았다. 첫 출전에서 박주혁(중산고1)이 공동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우승 소식에 김 본부장은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일의 특성상 김 본부장은 자주 해외 출장을 떠난다. 그때마다 그의 눈에 보인 외국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우리 선수와 비교돼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외국의 주니어 선수들처럼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뛰고 있을 것이다”며 아쉬워했다.

우리의 골프열정은 세계 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열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 선수들이 잔디에서 연습할 때, 우리는 고무 매트 위에서 샷을 한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이전에 맨땅에서 공을 차는 우리의 대부분 축구선수들처럼.

시작부터 뜻하지 않는 성과를 거두면서 김 본부장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무대에 나가 큰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날개를 달아주니 훨훨 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USGTF는 올해 더 많은 주니어 지원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 이어 호주에서 열리는 그렉 노먼 주니어 마스터즈의 후원 계획도 세웠다. 호주에서 가장 큰 주니어 대회에 우리 선수들을 출전시킬 계획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사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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