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맥과이어의 약물복용 시인은 계산된 자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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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메이저리그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47)가 12일 약물 복용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새미 소사와 홈런 경쟁을 벌인 1998년을 포함해 10년 동안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주위에선 맥과이어가 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타격 코치로서 야구계 복귀를 앞두고 과거를 털고 가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굳이 고백을 안 했어도 코치직 수행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까.

사회과학의 게임 이론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로 이 상황을 정리해보자. 죄수의 딜레마는 공범인 사건 용의자 A와 B가 격리된 채 조사를 받는 상황을 가정해 만든 이론이다. A와 B는 자백하거나 침묵할 수 있다. △A와 B 모두 버틸 경우 증거 부족으로 둘은 각각 6개월형 △한 명만 자백하면 자백한 용의자는 석방, 침묵한 용의자는 10년형 △A와 B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형이다. 이 이론에서는 A와 B 모두 상대가 자백할지 모른다는 불신 때문에 자백하는 길을 택한다.

죄수의 딜레마를 적용하면 메이저리그 약물 복용 용의자들에게 예상되는 형량은 팬들의 비난과 외면, 나아가서 명예의 전당 입성 불허 등으로 볼 수 있다. 용의자들은 아직까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서로 격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담합이 가능했던 때문이다.

그러므로 맥과이어는 혼자만 살겠다고 자백한 꼴이 됐다. 여기에는 기본 상황 자체가 변한 것이 컸다. 과거에는 약물 복용에 대한 의구심만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용의자들이 ‘약물을 먹었다’고 확신한다. 지난해 초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어정쩡하게나마 약물 복용을 시인하며 용의자들은 서로 못 믿는 상황이 됐다. 위 이론의 격리 상태와 비슷해진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먼저 자백하는 것이다.

유력한 약물 복용 혐의자 배리 본즈에게 통산 최다 홈런(762개) 기록을 내준 행크 에런은 13일 “맥과이어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과이어의 판단이 최선이었음이 입증된 듯하다. 그렇다면 본즈, 로저 클레멘스 등 다른 용의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맥과이어의 고백은 다른 혐의자들도 줄줄이 양심선언을 하게 만들 기폭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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