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포스트게임 ] 한국시리즈 통산 V10 이룬 KIA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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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7시 00분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KIA가 9회말 1사 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4-3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KIA 나지완이 9회말 1사 후 끝내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하고 있다. 잠실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KIA가 9회말 1사 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4-3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KIA 나지완이 9회말 1사 후 끝내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하고 있다. 잠실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이종도(MBC)의 만루홈런을 시작으로 원대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출발한 한국프로야구는 불행도 함께 했다. 불행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투자와 거리가 멀었던 해태 타이거즈의 9차례 우승이었다. 둘째, 연고지가 없었던 현대 유니콘스의 잇따른 우승이다. 셋째,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서울과 부산 연고의 LA 트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등의 오랜 동반부진이었다.

요즘 두산이 투자를 하지 않고도 성적을 내는 나쁜 전통을 따르고 있어 안타깝다. 관중 2000명, 3000명을 모아둔 현대의 무연고지 우승은 야구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던 원인이다. 그래도 최근 롯데와 두산이 연속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야구붐에 동참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스포츠에 만약이라는 가정법이 필요없지만 삼성과 LG가 해태처럼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을 것은 분명하다. 야구인들이 바라는 돔구장도 시도했을 법하다.

LG는 가장 먼저 챔피언스클럽이라는 선진형 선수단 숙소를 만든 구단이다. 삼성은 경북 경산에 외국 구단 부럽지 않은 완벽한 볼파크를 조성했다. 아쉽지만 두 구단은 해태처럼 많은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기자는 KIA의 전신 해태가 명문구단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우승이 명문구단의 척도는 아니다. 86년 동안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려 월드시리즈 정상을 탈환하지 못하던 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명문구단이라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17년의 짧은 역사에 2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둔 플로리다 말린스를 명문구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해태는 무수히 많은 슈퍼스타를 배출했다. 선동열 김성한 이순철 이종범 등 한국야구사에 빼놓을 수 없는 스타들이다. 그러나 KIA의 전신 해태가 9차례 우승을 하면서 남겨 놓은 게 과연 무엇인가. 우승 트로피와 페넌트 뿐이다. 낙후된 광주구장을 수수방관했던 게 누구인가.

KIA의 우승 축하연에서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우승에 감격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를 봤다. 여기서 말하는 아낌없는 지원이 단순히 선수들의 우승 보너스가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시리즈 통산 10차례 우승팀답게 야구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진정한 선수단 지원이다.

KIA가 통산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계기로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 야구에서 명문구단으로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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