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올림픽과 우즈 진정한 그랜드슬램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0일 17시 57분


최근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막을 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 결과 골프와 럭비가 예상대로 2016년 올림픽 공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현재도 애호가들의 골프 부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여건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프로로 전향하는 많은 수요자들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걱정이다. 올림픽 채택으로 골프도 국내에서 더 이상 귀족 스포츠로 취급받지 않기를 바란다.

‘골프황제’타이거 우즈는 IOC 총회에서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자 2016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즈의 출전만으로도 골프의 흥행은 일단 보장되는 셈이다.
사실 올림픽도 이미 상업화에 물들어 있고 무늬만 아마추어를 유지하는 형태다. 농구의 드림팀, NHL 선수들의 아이스하키 출전, 프로에 문호를 개방한 테니스 등은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올림픽 무대에 끌어 들이려는 일환이다.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된 결정적 이유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불참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한다면 IOC가 야구를 올림픽에서 제외시킬 이유가 없다.

골프는 1900년 파리대회와 1904년 세인트루이스대회 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적이 있다. 파리대회에서는 남여 개인전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고, 세인트루이스대회에서는 남자 개인전, 남자 단체전 등이었다.

요즘이라면 남여차별 시비에 휘말렸을 텐데 오래 전이라 별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다. 골프가 영국에서 탄생하고 미국에서 발전됐음이 메달에서도 드러난다. 두 대회를 통해 금, 은, 동 총 12개 메달 가운데 미국이 금메달 3개를 포함해 9개의 메달을 석권했고, 영국 2(은, 동), 캐나다 1개(금)를 나눠가졌다. 그럴 만도 한 게 참가국이라는 게 파리 때는 미국, 프랑스, 영국, 그리스였고,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단 2개국이 참가했다.

당시는 이동수단이 선박편이어서 올림픽 출전 자체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1900년 파리 올림픽 때 골프경기에 나섰던 미국의 앨버트 램버트는 파리로 출장을 왔다가 선수로 출전해 메달을 땄다.

그는 원래 골프선수가 아닌 사업가였다. 찰스 샌즈라는 미국인이 82-85타로 스트로크 부문 우
승을 차지했고, 램버트는 94-95타를 쳐 8위에 그쳤지만 핸디캡 경기부문에서는 83타를 친 뒤, 핸디캡 10을 적용 받아 네트스코어 73타로 우승까지 했다.
이 때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핸디캡 플레이가 별도로 진행됐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는 골프경기가 폐지될 위기였지만 램버트의 재정적 지원으로 겨우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골프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고 각국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세계 최고봉 PGA 투어에 참가해 기량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2016년 골프 개인전 타이틀이 명실상부한 메이저 우승이라며 벌써부터 초점을 모으고 있다. 즉 그랜드슬램(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을 달성한 우즈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진정한 ‘골프황제’로 거듭 태어날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2016년 우즈의 나이는 41살이다.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있는 종목은 골프와 테니스다. 골프에서 현역 선수로 그랜드슬램 우승자는 우즈뿐이다. 테니스 현역으로는 남자의 로저 페더러, 여자의 서리나 윌리엄스가 있다. 그랜드슬램 우승자로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현재 부부인 안드레 애거시와 슈테피 그래프 2명뿐이다.
우즈의 올림픽 출전 발표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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