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왕’ 왕기춘 효심도 ‘왕’

  • 입력 2009년 8월 29일 08시 54분


“(왕)기춘이에게 미안할 뿐이지요.” 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09세계유도선수권 남자73kg급에서 2연패를 이룬 왕기춘(21·용인대·사진). 아버지 왕태연(51)씨는 “아들이 어렵게 자라서 그런지 철이 빨리 들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는 게 제일 좋다”던 아들. 하지만 가세는 기울었고, 널찍한 단독주택은 어느 새 비좁은 아파트로 바뀌었다. 유도를 시작한 아들이 받아오는 상장이 집안의 유일한 위안거리. 왕태연씨는 그 때 ‘재산은 물려주지 못하더라도 유도 선수로서는 출세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부모의 지극정성 덕에 결국 왕기춘은 세계정상을 메쳤다.

세월은 유도기술만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 아니었다. 왕기춘의 효심도 자랐다.

태릉의 지옥훈련을 소화한 대가로 받는 훈련수당. 왕기춘은 최근 얼마 안 되는 그 돈을 쪼개 아버지에게 중고차를 선물했다. 왕태연씨는 “자기용돈을 줄이며 사 준 차라서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통제된 생활과 잦은 외국대회. 대표선수들에게는 핸드폰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다. 게다가 왕기춘은 20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안부도 수시로 물어야 한다. 전화요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왕기춘은 이번대회에 아예 핸드폰도 가져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직 아들의 장한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상황. 왕태연씨는 “얼마 전 핸드폰을 물에 빠뜨려서 그렇다고 둘러대기는 했는데, 눈치를 보니 가계를 생각해서 전화비를 줄이려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자식농사. 부농(富農)이 된 아버지는 우승 장면에 한 번, 아들의 효심에 또 한번 눈물지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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