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LPGA 첫 메이저대회 美 언론엔 ‘찬밥’

  • 입력 2009년 4월 6일 08시 34분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인근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LPGA 첫 메이저대회 크라프트 나비스코 대회는 3라운드까지 ESPN이 중계방송을 했다. 최종 라운드는 지상파 CBS가 중계할 예정이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치고는 매우 성의 없는 중계였다. 1,2라운드는 예정된 시간(2시간 방영)에 맞춰 선수들의 경기 진행여부와 상관없이 중계를 끊었다. 3라운드는 마지막 조에 맞춰 중계시간을 경기 1시간 뒤로 잡아 선두여부를 알 수 있었다. 반면 PGA 메이저대회는 5시간 이상 방영한다.

 3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는 4언더파로 공동 4위에 랭크된 강지민이 유일하게 TV 화면에 한 번 비쳤다. 16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핀에 30cm 가까이 붙었을 때가 전부였다. 신지애의 경우 캐스터의 멘트로만 소개됐다.

지난 2라운드 때 동반 라운드를 펼친 로레나 오초아를 줄곧 비쳤으면서도 신지애는 없었다. 한국 선수들이 TV에 노출되려면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 방송은 한국 선수가 1위를 하지 않는 한 사실상 무시해버린다.

방송에서야 노골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한국 선수들의 대거 등장이 싫은 것이다. 특히 영어 구사가 취약한 게 최대 약점이다. 회화 실력이 되면 방송에도 자주 비친다.

이번에 ESPN 방송 팀들은 나비스코 대회 중계를 하면서 무척 고무돼 있었다. 그 이유는 첫날부터 리더보드 상단에 성조기들이 펄럭였기 때문이었다. LPGA 관계자들은 이 대회를 ‘포스트 안니카 소렌스탐’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소렌스탐의 시대가 끝나고 미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주기 바라

는 심정이 간절하다.

 3라운드가 끝난 현재 선두 크리스티 맥피어슨, 2위 크리스티 커, 3위 브리타니 린시컴 등 모두 미국인이다. 크리스티나 김이 15번홀에서 보기를 하기 전까지는 1위부터 4위까지가 미국 판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캐스터와 해설자들은 “앞으로 2∼3년 내에 LPGA 무대에서 미국 선수들이 활약이 두드러

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LPGA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채운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실제 LPGA가 미국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선수의 스타부재 탓이다. 폴라 크리머, 모건 프레셀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역량은 한계에 부딪혔다. 소렌스탐, 오초아에 견줄 수가 없는데다 한국 여자 선수들의 인해전술에 번번이 우승이 가로막혔다.

미국이 LPGA 올해의 선수를 마지막으로 배출한 게 1993년 베스 대니엘이다. 상금 랭킹 1위 역시 1994년 베시 킹이 마지막이다. 최근 32차례 벌어진 메이저대회에서 미국 선수의 우승은 고작 6차례에 불과하다. 2007년 크리스티 커의 US오픈 우승이 마지막이다. 과연 LPGA 무대에 미국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2009년 나비스코 대회부터 미국 우승자가 탄생할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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