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ITF본부부터 한국으로 옮길 것”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 최중화 ITF총재 인터뷰

“北, 부친이 보급한 태권도 정치적 이용

오해 풀렸으니 고향땅서 대통합 모색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유치 계획”

“태권도에 정치가 개입돼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공감의 장이 마련됐으니 함께해야죠.”

최중화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55)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자신의 객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해가 풀렸으니 앞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F)과 함께 ‘통합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에서 입국한 최 총재는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빛과 목소리에선 기대감과 자신감이 보였다.

최 총재의 아버지는 고 최홍희 장군. 1966년 한국에서 ITF를 만든 창시자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했고, 1년 뒤 한국에 WTF가 만들어지면서 한국과 멀어졌다. 세계 태권도계가 WTF와 ITF의 대립 구도가 된 것은 이때부터다.

ITF 태권도는 ‘북한 태권도’란 딱지가 붙은 뒤 한국과 더욱 멀어졌다. 최 총재는 “태권도 보급이라는 순수한 의도로 1981년 처음 북한에 시범단을 보냈는데 이후 북한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2002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ITF 동의 없이 총재로 추대해 앉히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며 “태권도를 정치적 계산과 상술로 이용하려는 북한과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홍희 전 총재는 임종 전 입국 의사를 밝혔지만 김대중 정부에 의해 거절당했다. 최 총재 역시 “고향 땅에서 순수하게 태권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입국을 막았다.

거듭되던 좌절 끝에 최 총재의 입국이 허용된 건 지난해 9월. 1974년 그가 한국을 떠난 지 34년 만이다. 첫 방문에서 그동안 불거진 오해를 해소한 그는 이번 방문에서 태권도 발전을 도모할 생각이다. 최 총재는 “둘로 나뉜 태권도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 날로 떨어지고 있다”며 “WTF와 열린 논의를 바탕으로 종주국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 위치한 ITF 본부를 한국에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 ITF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WTF와 ITF의 통합은 국제 스포츠계에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퇴출론에 시달리는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최 총재가 이끄는 ITF는 세계 102개 회원국에 3000만 명의 회원을, WTF는 세계 185개 회원국에 7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 총재는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든 WTF의 노력을 인정한다. 올림픽은 WTF가 주도하는 것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WTF에 일단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도 많다. 서로 다른 본부와 조직을 갖춘 채 맞서고 있는 장웅 IOC 위원이 최 총재의 단일화 노력에 힘을 실어 줄지 의문이다. 30여 년간 다른 길을 걸어온 두 태권도를 단일화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최 총재는 인터뷰 말미에 잠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연어도 죽기 전 고향에 오는데 저는 이제야 왔습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은 물론 3000만 ITF 가족을 고향으로 데리고 와야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중화 총재는 누구?::

△생년월일=1954년 5월 20일 △출생=제주도 모슬포 △출신교=서울 장충초(한국)-퀸스대(캐나다) △경력=국제태권도연맹(ITF) 기획차장(1983년), 사무총장(1997년), 총재(2003년∼현재) △친북 반한 활동=전두환 전 대통령 암살 시도(1982년), 캐나다에서 자수(1991년)해 법원으로부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1년 복역하다 모범수로 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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