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리더십⑤] 팀엔 온건개혁파…선수엔 감동 컨설팅

  • 입력 2009년 3월 25일 07시 42분


조직론&인재육성론

자유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만 작동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발’도 기능한다. 시류에서 외면 받는 상품은 보이지 않는 발이 시장 밖으로 차버린다.

프로야구만큼 신자유주의가 선명한 곳이 없다. 보이지 않는 발에 차이는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제 발로 시장 밖으로 걸어 나가야 되는데 어디 그 순간을 스스로 포착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나이든 스타만큼 구단에 부담스런 존재도 없다. 더구나 대개 감독은 집권초기 세대교체를 원한다. 자기 컬러에 부합되는 야구를 위해서다.

여기서 배제되는 선수는 버티려 든다. 이 과정에서 팀워크가 깨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신기하게도 김인식 리더십은 감독을 15년 해왔지만 신구교체에 따른 진통을 거의 겪지 않았다. 오히려 정민철 등을 재기시켜 ‘야구계의 허준’으로 수식된다.

그렇다고 은퇴선수나 방출, 트레이드 선수가 안 나오는 것도 아니다. 고참들 스스로 물러날 때를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점에서 김인식 리더십은 혁신보다 보수에 가깝다. 그러나 그 보수는 보수(保守)가 아니라 보수(補修)다.

점진적 개혁이고, 인간의 얼굴을 띤 신자유주의다. 코치진 조각 시에도 김 감독은 ‘코치의 딸린 식구’부터 챙긴다.

“걔는 딸린 식구가 몇이래?”작년 시즌 직후 일부 코치진이 타의로 경질되자 ‘1일 파업(?)’을 벌인 사례는 김인식 리더십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그렇다고 김인식 리더십이 고참(기득권)에 휘둘리는 현실추수주의나 포퓰리즘과 타협한 산물도 아니다.

쌍방울에서 박경완 김원형 등을 발굴했고, 두산에선 정수근 심정수 박명환 진필중 타이론 우즈 등을 FA 거부로 키웠다. 한화에선 류현진 김태완 등을 배출했다.

김 감독의 인재 육성철학은 관리자가 아니라 컨설턴트 방식에 가깝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란 배려에서 출발한다. 이는 곧 구성원 개개인의 자기책임을 동반한다. 그래서 김인식 리더십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와 닮았다.

그러나 ‘인간의 얼굴’을 겸하고 있기에 대중적 지지를 잃지 않는다. 그가 팀을 떠난 뒤에도 제자들이 인사오고, 생일마다 선물을 보내오는 사실이 스스로 말해주고 있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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