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한국 야구가 강한 7가지 이유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3월 24일 08시 10분



한국야구가 마침내 WBC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장정(大長征)의 마무리만 남았다. 우승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야구의 수준을 증명한 것이 대견할 뿐이다.

솔직히 이번 대회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아시아라운드만 통과해도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비록 불참했지만 왕젠민, 궈홍즈, 장타이산을 생각하면 대만도 무서워 보였다.

역사상 최강의 팀이라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스포츠는 운명적으로 결과론적 평가방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이번 야구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1977년 니카라과 대륙칸컵과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아마추어 수준의 경쟁이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했지만 최고수준의 대회는 아니었다. 물론 이번 대회도 진정한 최고를 가리는 대회냐고 묻는다면 의문부호가 남는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 만큼은 유의미한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거들과 맞서 주눅 들지 않고 승부하는 한국야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① 단기전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분석적인 야구를 하는 한국과 일본은 상대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하는 편이다. 대회가 열리기전 일정기간 캠프를 차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② 둘째는 역시 애국심이다=‘조국을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는 아니지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적어도 나보다는 팀을 위하겠다는 희생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팀에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③ 의사소통이 원활하다고 할 수 있다=한국은 다른 팀과 달리 대표팀 소집미팅에서 자기소개가 필요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교 팀의 숫자가 일본과 미국의 한 도시에 있는 팀 숫자보다 적기에 가능하다.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대표팀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덕아웃에서 항상 조언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대표팀원끼리 편하게 조언할 정도는 아니다.

④ 팀워크와 개인기량과의 조화이다=많은 사람들이 ‘야구는 예측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야구는 개개인의 역량과 팀워크가 동시기제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단기전은 개인의 역량과 팀워크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 결과가 처참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동양야구가 팀워크에서는 안정적이고, 미국과 중남미가 개인역량에서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전에서 필요한 전체적인 조화는 역시 동양야구가 조금은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⑤ 다섯 번째는 젊은 선수들의 당당함이다=WBC 출전국 중에서 가장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것이 한국팀이다.

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안정성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당당하게 맞서는 패기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김태균, 추신수, 이대호 뿐만아니라 많은 젊은 선수들이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국, 쿠바, 일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주눅 든 선배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그 무엇이 있다.

⑥ 올림픽 우승을 통한 경험의 축적이다.=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한국야구의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 일단 쿠바에 대한 공포심에서 해방되었고, 자신감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한국야구에 안겨주었다.

올림픽 우승이라는 자산은 WBC에서의 경기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⑦ 이 모든 힘의 원천은 누가 뭐래도 프로야구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프로야구 27년이라는 역사가 있었기에 한국야구의 진화가 가능했고 시스템도 구축했다.

프로스포츠는 근본적으로 수준의 향상을 가져온다. 선수개개인의 컨디션은 매일 매일 기복이 있을 수 있지만 수준은 ‘영원’하다.

다음대회 아시아라운드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것이 야구이긴 하지만 리그의 수준은 하루아침에 추락하지 않는다.

어느 팀이든 ‘수준’이 있어야 언젠가 기회라도 오게 된다. 결국 프로야구의 발전만이 오늘 이러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세상’아닌가.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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