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휠체어 컬링팀, 金 딴 것만큼 감격적인 ‘첫 출전 3득점’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제주 휠체어컬링팀이 11일 경북 의성컬링장에서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철, 김성완 감독, 김원필, 고숙미, 안재철 씨.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제주 휠체어컬링팀이 11일 경북 의성컬링장에서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철, 김성완 감독, 김원필, 고숙미, 안재철 씨.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눈도 얼음도 볼 수 없는 자메이카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했다. 고물 썰매가 말썽을 일으켜 중도 탈락했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는 몇 년 뒤 영화 ‘쿨러닝’으로 재탄생했다. 자메이카처럼 상하(常夏)의 섬은 아니지만 제주도 역시 동계 스포츠 불모지다. 올해로 90회를 맞은 전국동계체육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없다. 그런 제주가 제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이름을 올렸다. 선택한 종목은 휠체어컬링. 》

창단 4개월 제주 휠체어 컬링팀, 체전 출전 꿈 이뤄

첫 경기서 국내 최강 강원드림에 14대3 값진 패배

휠체어컬링은 스틱으로 무게 약 19kg의 스톤을 밀어 빙판 위에 그려진 표적에 넣는 경기다. 상대 스톤을 밀어내고 자기 팀 스톤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벽을 치는 등 두뇌 싸움이 볼 만하다.

“주축 선수들이 잔디 위에서 공을 굴리는 론볼을 했어요. 나름대로 컬링과 비슷해 적응이 빠를 것이라 판단했죠.”

제주론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완(52) 감독은 제주의 첫 동계대회 출전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팀을 창단했다. 1주에 2, 3차례씩 론볼 경기장에 모여 컬링을 연구했지만 직접 스톤을 접한 것은 12월 중순 2박 3일 일정으로 떠난 청주 전지훈련에서였다. 제주에는 컬링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이 없다.

첫 훈련에서는 스톤에 회전을 주는 방법을 놓고 동료끼리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빙질이 좋지 않고 경사가 있어 목표한 방향으로 스톤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1일 경북 의성컬링장에서 열린 대회 첫날. 제주 휠체어컬링팀은 첫 동계대회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뤘고 첫 득점에도 성공했다.

제주는 16강 토너먼트에서 강원드림팀과 만났다. 이 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2위를 차지한 국내 최강. 제주는 1엔드를 2-0으로 앞섰지만 2엔드에서 역전당한 뒤 결국 8엔드 경기를 3-14로 마쳤다.

휠체어컬링팀 김원필(41) 씨는 “대진 운이 나빴지만 많이 배웠다. 연습만 더 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내년에는 꼭 4강에 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주의 쿨러닝’은 이제 시작이다.

의성=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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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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