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총재 재임기간의 공과] 행정·협상력 부재 ‘공<과’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8시 28분


신상우 총재의 재임기간 중 한국야구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말 그대로 격랑을 헤쳐 나왔다. 후임 총재에 대한 추대절차만 남겨둔 만큼 이제 ‘신상우 체제’ 바로보기가 중요하다. 신 총재의 공과 속에 한국야구의 현주소가 투영돼 있고, 미래가 잉태돼 있기 때문이다.

신 총재의 업적은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2006년 3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쾌거를 이룬 태극전사들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적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7선 관록의 정치인답게 정치권을 설득해 한시적 특례를 유도,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시킨 야구대표선수들에게 큼직한 선물을 안겼다.

그러나 신 총재는 취임 직후의 이런 호재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이후 KBO의 행정력과 재정은 순식간에 고갈됐다.

모기업의 지원 중단으로 자금난에 빠진 현대 유니콘스를 구제하려다 130억원에 이르는 KBO 기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눈 깜짝할 새 까먹었고, 현대 유니콘스 매각과정에서도 협상력 부재를 드러내며 졸지에 ‘갑’에서 ‘을’로 전락하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결국 500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를 지녔던 구단은 공중분해됐고,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히어로즈)가 무임승차하듯 프로야구의 새 식구가 됐다.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13년만에 500만 관중을 재돌파했고,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도 신 총재의 치적과는 거리가 멀다. 온통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관중 증가를 위해 KBO가 한 일이 무엇이냐”, “금메달은 김경문 감독 이하 선수단이 똘똘 뭉친 결과 아니냐”라던 구단들의 냉소적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실책은 신 총재 취임 이후 야구계에 전에 없이 반목과 질시가 팽배해졌다는 사실이다. 총재 측근의 특정인이 연루된 추문은 그 부산물이었다. 정치판처럼 야구계에도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는 분열상이 초래됐는데 지난달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파문’을 계기로 촉발된 ‘6개 구단 동맹’은 그 반작용이나 다름없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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