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이 불안하다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프로야구가 5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지만 야구장 시설은 ‘안전관리의 무풍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6대 도시 야구장은 서울 잠실과 목동 구장을 제외하고 정밀안전진단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잠실구장은 구조물 일부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 C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게 의뢰해 전국 6대 광역시 야구장 점검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2종 건축물 해당… 정밀안전진단 법적 근거 없어

잠실구장 C등급 판정… 지방구장 사정은 더 나빠

○ 시설은 노후, 정밀진단은 거의 안 해

프로야구 시즌에 야구장에는 최대 3만 명이 몰린다. 하지만 일부 구장은 벽에 금이 가고 관중석이 파손되는 등 관중과 선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전과 광주 구장은 1965년 준공됐고 대구(1981년 준공) 잠실(1982년 준공) 사직(1985년 준공) 구장도 20년이 넘은 낡은 경기장이다. 이어 목동(1989년 준공)과 문학(2002년 준공) 구장 순이다.

문제는 야구장이 정밀안전진단 대상이 아니라는 점. 정밀안전진단은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상 연면적 5만 m² 이상의 1종 건축물(시설)에 한정돼 있다.

야구장은 시특법상 2종 건축물(연면적 5000m² 이상의 문화 및 집회시설)로 6개월∼3년에 한 번씩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점검과 보수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6월 20일 1종 건축물인 잠실주경기장을 정밀안전진단하면서 잠실과 목동 구장을 함께 점검했다.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홈구장인 잠실 구장의 평가등급은 C등급, 히어로즈 홈구장인 목동 구장은 B등급으로 조사됐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안전등급은 A∼E등급으로 나뉜다. A는 최상의 상태, B는 보조 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있어 보수가 필요, C는 주요 부재에 결함이 있어 보수가 필요, D는 긴급 보수 필요, E는 심각한 결함으로 즉각 사용 금지를 의미한다.

잠실구장을 정밀검사한 한국시설안전연구원은 “잠실구장 구조물의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등은 양호한 편이지만 일부 균열과 누수 등이 나타났다”며 지속적인 보수 유지 관리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 노후한 구장, 증개축 계획도 없어

나머지 광주 대구 대전 구장 등은 모두 B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구장은 지자체의 자체적인 안전점검만 실시한 결과다. 지방 구장이 대부분 낡은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들은 이들 야구장에 대한 증개축 계획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구시만이 내년에 본부석과 내외야 관람석을 교체하고 위생설비를 보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야구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성과를 이룬 만큼 제반시설도 선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대전 광주 대구 구장은 워낙 오래돼 아마추어용으로 사용할 수준”이라며 “지자체별로 지하철역과 가까운 지역에 새 야구장을 짓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임충재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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