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데이엔 맥주-치킨 동난데이”

  • 입력 2008년 10월 9일 08시 50분


가을 잔치의 화려한 축포가 부산에서 터졌다. 8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오른 롯데로 인해 부산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롯데에게 있어 포스트 시즌은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한 선수 뿐 아니라 사직구장을 가득 메우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 부산 시민과 롯데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렇기에 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도 포스트 시즌의 당연한 주인공이다. 사직 구장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입을 통해 가을잔치를 조명한다.

○사직구장 앞에서 닭을 파는 아줌마

사직구장 앞에서 몇 년 동안 치킨 집을 운영하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장 바로 앞에서 좌판을 깔고 치킨을 파는 40대 아줌마 정모 씨. 야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그녀에게도 올해는 특별한 한 해다. 만년 꼴찌 팀 롯데가 승승장구하며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많아지자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늘었고, 이로 인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한 마리에 1만2000원 하는 치킨은 잘 팔리는 날에는 50개 이상 팔린단다.

일 매출이 60만원을 웃도는 셈. 예년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매출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치킨이 잘 팔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웃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까지 사직구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갈라 먹는 양상이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항상 이 곳에서 치킨을 팔던 사람들 10여명만 장사를 했는데, 올해는 주위를 둘러보세요. 구장을 둘러서 쫙 치킨을 팔잖아요. 20군데도 훨씬 넘을 거에요.”

○사직구장 앞 호프집 사장

사직구장 정문 길 건너서 바로 위치한 호프집 엑스카리브를 운영하는 이정수 사장에게는 올해만큼 신나는 날이 없다.

야구 마니아인 이 사장은 롯데가 야구를 잘해 포스트 시즌에 올라 신나고, 그 덕에 장사도 매출이 두 배나 올라 다시 한번 웃었다.

“예를 들어 평일 10만원 판다고 치면 야구가 있는 날은 30만원 어치 팔려요.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죠. 물론 롯데가 이기는 날과 지는 날 매상 차이는 있어요. 지는 날은 매상이 절반 정도 하죠.”

하지만 지는 날에도 롯데 팬들의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단다. 이기는 날이 많자 지는 날에도 괜찮다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 맥주잔을 기울인다는 것. 포스트 시즌 첫 날 이곳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롯데와 삼성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예약한 사람 수는 60명을 넘었다. 이 사장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카페 임수혁 사랑 회원

응원석을 둘러 보니 이대호, 손민한 등 스타 선수의 유니폼이 아니라 현재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지 않은 한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 두 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들의 등에 적힌 세 글자는 바로 2000년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아직까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임수혁이다. 다음카페 ‘임수혁 사랑’ 회원인 신명숙 씨-신인자 씨 자매는 롯데 열혈 팬으로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임수혁의 쾌유를 빌며 사직구장을 찾았다.

“지난 7월 임수혁 선수 병문안을 다녀왔어요. 그동안 임수혁 선수를 응원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할지 잘 모르다가 다음카페를 알게 돼 회원들과 함께 쾌유를 빌었어요.”

○사직구장 앞 부동산 중개인

롯데의 대활약으로 사직구장 주위의 집값도 올라갔을까.

정답은 ‘NO’였다. 사직구장 앞에 자리한 예가부동산의 부동산 중개인 오승은 씨는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정체라서 특별히 사직구장 앞의 아파트 값이 오르지는 않았단다. 하지만 야구장을 볼 수 있는 조망이 좋은 동은 다른 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고가에 매매가 된다고 귀띔했다.

로이스터 감독을 비롯 손민한, 이대호 등 롯데 선수들이 많이 살고 있는 쌍용 예가 아파트의 경우 101,102,

103동의 고층이 ‘야구 명당’이란다.

오 씨의 책상 앞 달력은 야구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매물 스케줄보다 롯데의 포스트 시즌 경기 스케줄로 달력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서다.

사직|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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