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복귀 선언” “역사상 가장 정치적”…찬사半 혹평半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옛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던 사신들을 연상시키는 행렬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속속 중국에 입국하는 전 세계 정상과 주요 인사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묘사했다. 경탄과 함께 빈정거림도 묻어 있는 뉘앙스다.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된 이날 주요 외신들은 이 화려한 이벤트가 갖는 의미와 향후 영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게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변화와 그 정치적, 경제적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 기대와 경계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개회식에 대해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크고 화려한 쇼” “최대 40억 명이 보게 될 사상 최대 이벤트”라고 호평했다.

또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는 “중국이 지난 30년간의 성과를 공식 선언하는 무대”라고 평가했다. 사회주의와 이로 인한 빈곤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는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으로 당당히 복귀했음을 발표하는 자리라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덩샤오핑이 1970년대 경제개혁을 시작할 때부터 유지해 온 ‘숨죽이고 조용히 내실 쌓기’ 정책이 끝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공산당이 대외적으로뿐만 아니라 자국 국민을 향해 던지는 성공의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론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개회식을 앞두고 올림픽 정책에 희생당한 중국인 이야기를 주요 뉴스로 내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인권단체들이 이번 행사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올림픽’이나 ‘스모그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빈민가 거주자들을 강제 이주시킨 것 등을 놓고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스포츠를 넘어선 게임

올림픽 관계자들은 “역사상 이렇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이와 관련된 논란이 많았던 올림픽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권과 보안, 환경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이 추진된 것이 논란을 가열시켰다는 분석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서구의 경계심도 깔려 있다.

이런 논란에도 결과적으론 베이징 올림픽이 앞으로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이 피해의식을 벗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중국은 이미 이란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고 껄끄러웠던 대만,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한 것이 그 징후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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