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차지명 김태훈, 고교대회 첫 퍼펙트

  • 입력 2008년 8월 2일 08시 32분


구리 인창고 3학년 좌완 에이스 김태훈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대회 합숙기간 중엔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규칙 때문이다.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어도 고교생 신분은 변함없었다.

이상훈 감독의 전화기를 통해서야 연락이 닿게 된 김태훈은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기분은 좋은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TV 카메라가 인터뷰를 위해 몰려들자 그제야 ‘큰일을 해냈구나’란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SK가 1차지명한 김태훈은 1일 인천 숭의구장에서 열린 미추홀기 부경고와의 대회 16강전에 선발 등판, 9이닝(97구)을 무안타-무4사구-무실점으로 막고 1-0 승리를 거뒀다. 삼진 15개, 땅볼아웃 11개, 뜬공아웃 1개였다. 이 감독은 “시속 145km대 직구와 올해 새로 연마한 슬라이더의 바깥쪽 컨트롤이 완벽했다. 원래 태훈이가 삼진을 많이 잡지만 평소 제구력이 들쭉날쭉해 볼넷과 안타를 1개도 내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라고 평했다.

김태훈은 올해 대통령배 지역예선 안산공고전에서 삼진 20개를 잡아낸 적도 있었다. 이 감독은 “태훈이는 이닝이 거듭될수록 구위가 더 좋아지는 슬로 스타터”라고 했다.

김태훈은 “길몽을 꾸진 않았지만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다. 8회쯤 퍼펙트를 예상했다. 동료들이 에러할까 불안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처럼 경기 후반부터 김 감독과 동료들은 김태훈에게 따로 말을 걸지 않고 퍼펙트 달성에 ‘무언의 지원’을 보냈다.

경기 구심을 맡은 최인철 심판원은 “헛스윙 유도가 많아서 볼 판정이 어렵지 않았다. 부경고 타선이 약하기도 했지만 변화구 각과 직구 컨트롤이 퍼펙트를 할 만했다. 9회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 잡은 볼에 사인을 해서 김태훈에게 선물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제 16강전을 통과했을 뿐이라 경기 직후 특별한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는 대회 결승전 직후 김태훈의 기록에 대한 특별 시상을 시행할 예정이다. 김태훈은 6월 22일 연고구단 SK와 계약금 1억원, 연봉 2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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