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부르는 그 남자, 박한이

  • 입력 2008년 7월 21일 08시 52분


한화3연전 투런포-역전 결승타 이어 이번엔 8회말 동점 스리런 ‘승리 일등공신’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20일 대구구장에는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리는가 하면, 세차게 퍼붓던 빗줄기가 순식간에 잦아들고, 잦아드는가 싶으면 또 금세 굵어지기를 반복하는 등 날씨가 마치 심술을 부리듯 변덕스러웠다. 이미 잠실 롯데-LG전, 목동 SK-우리전, 광주 두산-KIA전이 모두 비로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삼성과 한화 선수들 모두 은근히 경기 취소를 기대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경기 양상도 딱 이날 대구 날씨와 비슷했다. 한화가 2회초 추승우-윤재국-더그 클락의 3연속안타로 3점을 뽑고, 3-1로 쫓긴 8회초 한상훈의 적시 3루타로 한점을 달아날 때만 해도 승패는 뻔해 보였다. 한화쪽으로 기우는 듯싶었던 승부는 그러나 8회말 순식간에 삼성의 흐름으로 돌변했다. 한화의 3번째 투수 윤규진이 화근이었다.

첫 두타자를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윤규진은 삼성 톱타자 박한이에게 좌월3점홈런을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1-0에서 무심코 던진 시속 143km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였는데 전날까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476을 기록 중이던 박한이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결국 박한이의 홈런 한방 덕에 기사회생한 삼성은 9회말 1사 1·2루서 신명철의 끝내기 중월2루타로 5-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힘겹게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으로선 천군만마와도 같은 1승을 추가하며 5연승을 거둬 22-24일 KIA와의 광주 3연전을 앞두고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삼성이 3위 한화를 상대로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데는 역시 박한이의 공이 지대했다. 18일 3연전 첫 경기에서 5회 우중월2점홈런으로 승리에 주춧돌을 깔았고, 19일에도 8회 역전 결승 2타점 좌전적시타를 쳐냈다.

20일에도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려 한화와의 3연전에서만 12타수 8안타 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모두가 끝내기 안타를 친 신명철에게로 달려나간 사이 코칭스태프는 박한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박한이는 “아프고(오른쪽 다리·허리) 나서 슬럼프가 길었는데 오히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연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흐트러졌던 타격폼도 되찾았다”며 “바깥쪽을 노리고 들어갔는데 실투였다. 포수가 몸쪽으로 붙어 앉았는데 높은 볼이 가운데로 쏠려서 들어왔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작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는데 그 효과를 요즘 보는 것 같다”며 비 오듯 쏟아지던 땀을 훔쳤다.

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화보]삼성, 신명철 끝내기 안타…한화에 4-3 역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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