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태권도 선수들, 종주국서 족집게 과외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43일 앞둔 2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내 태권도 대표팀 훈련장.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하는 두건) 차림의 이슬람 여성, 건장한 아랍 남성 등 외국인 10여 명이 나타났다.

잠시 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체육관을 달리며 몸을 풀었다.

발차기와 지르기 연습에 이어 겨루기. 상대를 바꿔 가며 앞차기, 뒤돌려차기 등 응용 동작이 계속됐다. “아사!” “파샤!” 기합 소리를 내는 모양새가 한국 선수와 다름없다.

카자흐스탄과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태권도 대표 선수들이다. 태릉선수촌이 외국인 선수에게 개방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외국 대표팀을 맡고 있는 한국인 감독들의 요청으로 사흘간의 합동 훈련이 성사됐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으로 족집게 과외를 받을 수 있고 베이징과 날씨와 시차가 비슷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태권도 사범이 외국 대표팀을 이끄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튀니지, 호주까지 10여 개국에 이른다. 이집트 대표팀 김상천 감독은 “한국에서 한 달간 머물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대표팀과 합동 훈련에 이어 지방에 내려가 실전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김세혁(삼성에스원) 감독은 “선의의 경쟁자이지만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된다”며 “한국과 같은 체급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체육관 내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전력 분석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표팀은 8월 2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올림픽 본선 일주일 전에 베이징에 입성한다. 남자부 손태진(68kg 이하) 차동민(80kg 이상), 여자부 임수정(57kg 이하) 황경선(67kg 이하)은 최소 금메달 3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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