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하면 우리가 망한다?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우리 히어로즈보다 무조건 잘해야 돼요.”

한 프로야구 팀 단장은 올 시즌 순위가 ‘우리’보다 아래인 팀은 내년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가 100억 원의 예산으로 구단 살림을 꾸리는 상황에서 매년 150억∼200억 원으로 구단을 운영해 온 나머지 7개 구단 성적이 우리에 못 미친다면 모기업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내년 ‘연봉 칼바람’ 불까

올 시즌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성적이 부진하면 연봉이 반 토막 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2월 ‘선수의 동의가 없을 경우 연봉 2억 원 이상인 선수는 40%, 1억 원 이상 2억 원 미만은 30%, 1억 원 미만은 25% 이상 깎을 수 없다’는 규정을 폐지한 탓이다.

이미 올해 현대를 모태로 창단한 우리는 3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대 연봉 삭감을 했다. 지난해 연봉 총액 41억2970만 원에서 35.4% 줄어든 26억9000만 원에 재계약을 마쳤다(외국인 및 신인 제외). 포수 김동수는 지난해 연봉 3억 원에서 73.3%나 깎인 8000만 원에 사인했다.

LG 김연중 단장은 “‘우리’만큼 큰 폭의 연봉 삭감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연봉 삭감 등 몸집 줄이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연봉 하한선 폐지 논란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연봉삭감 하한선 규정을 없앤 것은 구단과 선수의 불평등 관계를 가속화시킨다며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선수협 관계자는 “KBO와 8개 구단이 연봉 하한선을 없앤 것은 상식 이하의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경우 선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억 엔 이상 선수는 40% 등 연봉 삭감 규정이 있는 만큼 국내에도 연봉 하한선은 필수적이라는 주장.

그러나 일부 구단 경영진은 “선수협의 주장대로라면 10여 년 전처럼 연봉 상한선도 전년도의 25%까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규약에 연봉 상한선을 정한 적은 없지만 초창기 KBO 이사회에서 잠정적으로 전년도 연봉의 25%까지만 올리도록 했었다. 이 때문에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최고 연봉자였던 롯데 최동원(현 한화 2군 감독)의 연봉은 1984년(2750만 원)부터 1989년(8390만 원)까지 해마다 전년도의 25%씩만 올랐다.

하지만 1989년 MBC(현 LG) 김기홍이 전년도 연봉 3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133.3%가 오르면서 연봉 상한선 개념은 사실상 없어졌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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