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감독 파리아스와 김성근, 닮은꼴 성공 비결

  • 입력 2007년 11월 13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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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정상에 오른 SK 와이번스와 포항 스틸러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유독 사령탑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SK와 포항 모두 걸출한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존하는 대신 감독의 카리스마와 전략에 따라 팀 컬러가 결정된 경향이 짙다.

프로 팀들의 감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부드러운 리더십의 덕장(德將)과 강력한 통솔력을 앞세워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을 이끌어가는 용장(勇將)으로 나눌 수 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전자는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은 팀에 어울린다. 개성 강한 스타 선수들을 조율하고 단단한 팀웍을 이끄는 역할은 덕장이 좀 더 효율적이다. 반면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라면 감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구분한다면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과 SK 김성근 감독은 모두 용장으로 불릴 만 하다.

포항의 우승을 이끈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최근 포항 팬들로부터 ‘마법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던 포항을 K리그 정상까지 이끌었으니 한 마디로 ‘마법’을 부렸다는 얘기다. 이렇다할 스타플레이어도 없었고 전반기까지 12경기 연속 무 승에 시달리는 등 파리아스의 포항은 정상급 팀과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5위로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합류한 포항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경남, 울산, 수원, 성남 등 강호 등을 차례로 물리치고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파리아스 감독의 축구가 팬들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공격적이고 재밌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파리아스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브라질 특유의 화끈한 공격 축구를 포항에 완전히 접목시켰다. 과감한 측면 돌파와 세트피스 상황에서 높은 득점력은 포항의 자랑이 됐다. 상대가 누가 됐든 파리아스는 맞불 전략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포항=공격축구’라는 공식을 성립시켰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수 위라 평가됐던 호화군단 성남에 1.2차전 합계 4-1로 완승을 거둔 것은 포항의 물러서지 않는 강한 도전 정신이 작용한 결과. 또한 무명에서 벼락스타가 된 박원재, 이광재 등 파리아스가 발굴해 낸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도 돋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이름값이 아닌 실력에 바탕을 둔 용병술은 SK 김성근 감독 역시 닮아있다.

김성근 감독은 올 초 SK 지휘봉을 처음 잡은 이후부터 강하게 선수들의 다그쳤다. 혹독했던 마무리 훈련은 시작에 불과했다. 동계훈련 중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팀의 주전급 선수들을 국내로 돌려보내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나태해진 고참 선수들과 도전 의식을 잃어버렸던 젊은 선수들 모두 김성근 감독의 카리스마 앞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규시즌 시작과 함께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칠 수 있었다. 시즌 중에도 김성근 감독은 1위를 질주하며 잘 나가던 SK에 끊임없이 채찍을 들었다. 팀이 잘 돌아갔지만 선수 개개인은 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했다. 이처럼 붙박이 주전도 없이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을 바꾸다보니 SK는 포항과 마찬가지로 스타 중심이 아닌 끈끈한 팀플레이가 장점이 됐다. 실례로 SK는 정규시즌 1위에 오르고도 한 명의 올스타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명장 대열에 서지 못했던 파리아스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결과적으로 올 시즌 성공한 지도자가 됐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실력 위주의 선수기용을 이 두 감독만이 추구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용장 스타일이 화려하지 않았던 포항과 SK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결과다. 프로 구단이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할 때 이름값이 아닌 팀과의 궁합을 우선적으로 따져야 하는 이유를 올해 파리아스와 김성근이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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