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격투기장으로 떠나고… 집안싸움… ‘모래알 씨름판’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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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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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의 이만기가 ‘장사의 천하’를 통일했다. 결승에서 모래밭의 여우로 불리는 최욱진을 5판 3승으로 눌러 정상에 올랐다. 홍현욱 이준희의 양대 산맥이 허물어진 것은 씨름계의 쿠데타다. 장충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제1회 천하장사대회는 대회 4일간 총 2만7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동아일보 1983년 4월 18일자 8면 톱기사 ‘내가 누군가-이만기 천하장사’ 중 일부다.

1980년대 이만기 이봉걸 강호동 등 스타를 탄생시키며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았던 한국 씨름이 무너지고 있다.

○ 아마씨름팀 출전 안해 설날장사대회 무산

천하장사 최홍만과 이태현은 씨름 샅바를 벗고 이종격투기장으로 떠났다. 한때 9개나 됐던 프로씨름단은 현대삼호중공업 1팀만 남고 모두 해체됐다. 프로팀을 관장하는 한국씨름연맹은 독자적으로 대회를 열 수 없는 상황.

그나마 각종 씨름대회에 20여 개 아마추어팀을 지원하던 대한씨름협회는 독자적인 행보를 선언했다. 최근 ‘연맹이 씨름 활성화를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속씨름위원회를 발족해 자체적으로 씨름대회를 열기로 한 것.

문제는 협회와 연맹 모두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는 2005년 6월 연맹과의 협의문에서 민속씨름대회에 ‘한시적’으로 출전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체적인 씨름대회를 열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연맹은 그해 9월 협의문에서 민속씨름이 활성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출전하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맹은 올해 총 9개 씨름대회를 여는 것과 관련해 KBS와 연간 12억 원의 방송중계권 계약을 하고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10억 원 이상의 협찬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회의 아마추어팀 불참 선언으로 2월 18,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설날장사씨름대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연맹 이홍기 사무총장은 18일 “설날대회가 무산되면서 방송중계권 협상과 협찬사를 구하는 작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외환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씨름을 활성화시키려는 순간에 협회의 비협조로 씨름 활성화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협회 “독자적으로 대회 열겠다”

그러나 협회는 아마추어팀이 각종 씨름대회를 주관하는 상황에서 연맹이 행사를 주관하는 것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태도다. 협회에서 발족한 민속씨름위에서 독자적인 씨름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협회 이형석 전무는 “장충체육관과 서울 근교의 실내경기장 가운데 한 곳에서 씨름대회를 열 것”이라며 “중계권과 협찬사도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민속씨름위 규정에 연맹 산하의 현대삼호중공업 등 프로씨름팀도 참가할 수 있도록 특별조항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씨름대회는 당분간 열리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맹은 각종 씨름 사업에 대한 노하우, 협회는 아마추어팀을 각각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각자 주도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 씨름 전문가들은 연맹과 협회가 주도권 싸움을 중단하고 씨름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맹과 협회가 하나로 뭉쳐 씨름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 기업이 프로씨름단 창단에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기인 씨름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1983년 초대 천하장사를 지낸 인제대 이만기 사회체육학과 교수의 조언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똘똘 뭉친 스모판… 외국인에 선수문호 개방 인기몰이

한국 씨름이 내리막길을 걷는 반면 일본 스모는 요즘도 만원사례다. 관객은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하다.

스모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은 각별하다. 대회 직후 총리나 주요 각료가 직접 시상할 정도. 일본 대기업도 고객용으로 최고 4만5200엔(약 36만 원)이나 되는 표를 대량 구입해 스모의 활성화를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스모는 밀어내기 등 기존의 경기 방식은 그대로 두되 ‘다국적 선수’를 기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998년 스모 선수의 국적 규제를 완화하면서 1995년 2.5%이던 외국인 비율은 지난해 8%를 넘어섰다.

덕분에 한국 씨름의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요코즈나는 2003년부터 몽골 출신의 야샤쇼루의 차지가 됐다. 일본 정부는 스모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기 위해 세계청소년스모선수권대회를 여는 등 스모의 국제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아마추어 스모선수를 배출한 나라는 하와이 등 80여 개국에 이른다.

최근에는 헝가리,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와 아랍, 남미 국가에까지 스모가 진출했다. 뚱뚱한 몸매로 대표되던 스모계에 근육질의 외국 스모 선수들은 새로운 스모 상품이 됐다.

‘스모의 국제화’는 한국 씨름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1995~2006년 씨름대회 관객 추이 (단위: 명)
연도대회총관객(하루 평균)유료 관객
2006610만200(4772)2만5700
200545만7100(4392)1783
20041012만1907(3809)4만2291
20031011만5512(3726)3만3203
20021117만3832(5268)10만1064
2001915만8557(5115)6만5746
2000917만2220(5740)7만3534
1999812만8400(4755)5만6656
1998919만4400(6943)12만860
199799만6743(3583)4만596
1996810만4592(4023)6만1170
1995815만4810(5734)9만9690
1995년 이전 통계자료 없음. 자료: 한국씨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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