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하다 징해… 송진우 ‘아홉수’로 본 스타들의 불운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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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의 2년차 투수 김명제(19)에게 올해는 악몽 그 자체다. 그는 계약금 6억 원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지난해 7승 6패(평균자책 4.63)의 평범한 성적을 올리기는 했지만 가능성만큼은 인정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30일 현재 35경기에서 평균자책 5.26에 승리 없이 9패만 기록 중이다. 마무리와 중간계투를 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적이 너무 안 좋다.

○ 두산 김명제 ‘지독한 2년차’

29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마침내 통산 200승의 금자탑을 세운 한화 송진우. 18년간 기복 없이 꾸준히 성적을 쌓았던 ‘백전노장’도 199승을 거둔 뒤 200승에 단 1승을 앞두고는 고전했다. 1승을 추가하는 데 5번의 도전이 필요했다.

김명제는 ‘2년차 징크스’, 송진우는 ‘아홉수’라는 스포츠계의 대표적인 징크스(jinx)를 겪은 셈. 징크스는 옛 서양에서 주술이나 마술에 사용됐던 딱따구릿과의 새 이름 ‘링크스(lynx)’에서 유래됐는데 흔히 불운을 가져오는 사물이나 현상을 가리킨다.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극단적인 성적표를 받아 드는 스포츠계에는 유독 징크스가 넘쳐 난다.

○ 최병식 감독 “중요한 경기땐 회색 속옷만”

7월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국민은행 최병식 감독. 그에겐 ‘속옷 징크스’가 있다. 중요한 경기에선 회색 속옷을 입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는 것.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였던 삼성생명 변연하는 경기 전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경기를 망친다는 ‘경기 전 인터뷰 징크스’가 있다.

축구에도 골대를 맞히면 경기에 진다는 ‘골대 징크스’, 스웨덴만 만나면 경기가 안 풀린다는 잉글랜드의 ‘바이킹 징크스’가 있다. 실제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 2006 독일 월드컵까지 4무 7패로 1승도 못 거뒀다.

미국 스포츠계에선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표지 기사에 실리면 엄청난 악운을 겪는다는 ‘SI 커버 징크스’가 유명하다.

○ “SI誌 톱기사 실리면 사고” 스타 수십명 시달려

메이저리그 통산 512개 홈런을 친 에디 매슈스가 1954년 8월 16일 SI 창간호 표지에 사진이 실린 뒤 손목 부상을 당해 7경기에 결장한 것이 시초다. 미국의 유명한 카레이서인 팻 오코너는 1958년 5월 26일자 커버에 등장했다가 얼마 뒤 사고로 숨지는 등 SI 커버 징크스의 희생자는 수십 명에 이른다. 하지만 SI지 표지에 무려 49회나 등장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이 이 징크스에 피해를 봤다는 기록은 없다.

징크스는 미신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실재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명제는 “처음에는 2년차 징크스를 믿지 않았는데 경기가 계속 안 풀리니까 결국 의식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 징크스가 ‘마수’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인 김병현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선수들은 실패에 대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핑곗거리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인과관계를 갖는 것으로 믿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만든 징크스의 덫에 걸리고 만다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이야말로 경기를 망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징크스는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징크스의 불합리성을 스스로 납득해야 하고 경기 중에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게 고정된 행동 패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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