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체력-정신력만으론 세계의 벽 못넘어”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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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체력과 정신력만으로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없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수석코치로서 보좌하며 태극전사들을 이끌었던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그는 6월 24일 스위스와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를 마친 뒤 하노버 월드컵경기장 믹스트존에서 “한국과 유럽의 수준 차는 컸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방법으로 유럽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16강 진출 탈락에 대한 변명이 섞여 있었지만 한국 축구의 한계를 절감한 발언이었다.

○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선수 필요

6일 경기 파주시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시작된 대표팀 소집 훈련. 사령탑으로서 선수들을 처음 지도한 베어벡 감독은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바꿀 중대한 선언을 했다.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사람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다. 선수들이 다양한 경기 상황에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제 축구를 할 줄 아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의 화두는 체력과 정신력. 그러나 이는 홈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통했지만 원정지인 독일에선 먹히지 않았다. 토고를 꺾고 프랑스와 비겨 1승 1무 1패를 해 언뜻 보기엔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열심히 뛰긴 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어설픈 동네 축구를 보는 것 같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브라질과 프랑스 등 세계적인 축구 강국은 포지션별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알고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해 무너진다”고 말했다.

○ 포지션별 플레이해야 월드컵 16강 가능

2002년과 2006년 한국대표팀을 지켜본 베어벡 감독도 이 점을 실감했다. 그래서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는 그가 장기적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 생각해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생각하는 축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새로운 축구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선 ‘머리가 굳은’ 선수보다는 젊은 선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베어벡 감독은 25세 이하 선수 28명을 포함시켜 36명을 소집해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이 중 20명을 가려 16일 대만과의 2007 아시안컵 예선에 나선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의 색깔을 새롭게 바꾸려 하고 있다. 축구는 결국 선수가 하는 것이다. 2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감독의 역량에 따라 대표팀이 확 바뀔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던 이강진(부산)은 7일 오른 발목 안쪽 인대를 다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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