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의 관전기]독립투사 같았던 선수들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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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잘 싸웠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훌륭했다.

야구는 평소 실력뿐 아니라 정신 자세, 집중력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스포츠다. 한국이 일본과 미국을 연달아 꺾고 4강에 진출한 데는 우리 선수들의 ‘한번 해 보겠다’는 의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한국 선수들은 외국에 나가면 ‘독립투사’처럼 힘을 쏟는다. 게다가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동안 일본을 꺾지 못하게 해 주겠다’는 발언은 우리 선수들의 의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또 병역 특례 등 외부의 ‘당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박찬호 이종범 등 고참 선수들이 모범을 보이며 팀을 잘 이끌어줬다. 노장 구대성의 투혼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한국이 일본 미국에 비해 선수층은 얇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야구 붐이 다시 일어나는 것도 반갑다.

19일 경기에서는 우리가 6회까지는 아주 잘 싸웠는데 실투가 뼈아팠다. 전병두가 마쓰나카 노부히코와의 맞대결에서 2-1 상황에서 몸에 붙인다는 공이 더 바짝 붙었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이날은 일본이 경기에 더 집중력을 보였다. 특히 선발 우에하라 고지는 한 수 위였다. 한국 선수들이 커브를 기다릴 때는 마음을 읽고 역으로 직구를 던지는 식이었다.

24년 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현역으로 뛰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삼미는 프로야구 원년에 ‘프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뛰었다. 너무 순진했다고 할까.

현재 우리 대표팀은 그때에 비하면 놀라운 진보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성과만 기뻐하기에는 한국 야구의 현실은 여전히 우울하다.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소년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지도자 봉급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미래가 없다. 여전히 재능과 의지는 있는데 돈이 없어 야구를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본 많은 어린이들이 미래의 박찬호, 미래의 이승엽을 꿈꾸며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를 것이다.

다시 한번 너무나 잘 싸워준 한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태극 전사들,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감사용 국제디지털대 야구 감독 전 삼미 슈퍼스타즈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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