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禁女의 벽’은 없다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9분


코멘트
참가선수 44%가 여성…복싱 빼곤 전종목 개방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본다면 못마땅해 할 것이 하나 있다.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다.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하며 그는 “올림픽에서 여성의 몫은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당연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었고 올림픽 구호도 ‘남성의 스포츠, 여성의 환호 갈채’로 정해졌다.

하지만 아테네로 다시 돌아오는 108년 동안의 올림픽 역사에서 여성 관련 분야는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기록됐다. 이번 올림픽은 이 같은 점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우선 대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지안나 안젤로풀로스 다스칼라키 조직위원장은 올림픽사상 최초의 여성 조직위원장이다. 대회 수행의 또 다른 축인 도라 바코야니스 아테네시장 또한 여성이다.

전체 참가 선수 중 여성의 비율은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때보다 5.5%가 늘어난 44%로, 처음으로 40%벽을 돌파했다. 312명이 출전한 일본은 여성이 171명으로 남성보다 30명이나 더 많다.

사실 쿠베르탱의 올림픽 ‘남성 성역화’ 구상은 2회 대회인 1900년 파리 올림픽에 22명의 여성이 참가하며 일찍부터 깨졌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는 10.6%로 처음 10%를 돌파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20.7%,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34.1% 등 20년 정도의 주기를 두고 10%씩 뛰어올랐다.

여성 선수 증가에는 여성 참가 종목의 확대가 결정적 요인. 파리 올림픽에선 여성 종목이 테니스와 골프뿐이었으나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수영이 추가됐고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는 육상 종목 5개도 여성에게 개방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역도와 수구에도 여자선수가 출전하는 등 300개 세부종목 중 44%인 132개 종목에 여성이 참가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는 레슬링까지 여성에게 개방돼 여성이 참가하지 못하는 종목은 복싱만 남았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