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문화 급속도로 진전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33분


도쿄 코리아타운에서 8강전 승리 축하 - 도쿄AP연합
도쿄 코리아타운에서 8강전 승리 축하 - 도쿄AP연합
한국이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이기고 4강에 들어간 사실을 보도한 지난달 23일자 일본의 스포츠지 ‘스포츠 닛폰’의 제목은 이렇다. ‘부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그러나 기뻤다.’ 가네코 다쓰히토(金子達仁)라는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쓴 글이다.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을 이처럼 극명하고 정확하게 짚어낸 것도 드물다. ‘부럽다’는 것은 한국의 선전을, ‘분하다’는 것은 일본이 16강에 머문 것을, ‘기뻤다’는 것은 공동개최국이자 아시아의 대표인 한국이 분발해 준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사상 최초의 월드컵 공동개최는 월드컵을 반쪽으로 만들지, 아니면 2배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왔다. 결과적으로 성공이라는 평가가 많다. 역사적으로 반목과 질시를 해 왔던 양국이 협력해서 세계 최대의 이벤트를 차질없이 치렀기 때문이다.

성공은 역시 문화교류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2, 3년간 양국이 공연(共演)하거나 합작한 문화사업은 매년 300여건 이상 됐다. 분야도 무대예술 전람회 연주회 방송드라마 등 다양했다. 양국민이 상대방 국가를 응원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일본 언론과 국민은 한국팀의 끈기와 투지에 찬사를 보내고 ‘결승까지 올라가 달라’고 응원했다. 한국-독일의 경기는 시청률이 48%까지 올라가 외국 경기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도 일본의 16강 진입을 축하하고 8강전 이후부터는 “일본 몫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경제면에서는 월드컵을 통해 마련된 우호 분위기가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기반 조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본격적인 ‘산·관·학 공동연구’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는 “한일 간에는 마이너스 심벌과 플러스 심벌이 있는데 마이너스 심벌은 역사문제이고 플러스 심벌은 월드컵 공동개최 이다”며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양국의 시장통합 움직임이 플러스 심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치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결과가 교과서에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의 일부 세력은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한 추도시설 건설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모처럼의 우호 분위기를 살려나가기 위해선 스포츠와 청소년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데는 양국간에 이견이 없다. 일본이 월드컵 기간 중에 시범 실시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계속할지와 한국측의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시기가 관심이다.

월드컵기간 중 한국에서 취재를 했던 작가 오시마 유지(大島裕史)는 “월드컵은 한일양국의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월드컵을 성공시킨 양국은 이제 두 나라만의 관계가 아니라 아시아 속의, 그리고 세계 속의 한일관계를 생각할 시기가 됐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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