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새로 조성한다"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1시 02분


퇴색한 붉은 색조의 기둥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낡은 중국식 가옥. 대문마다 나붙은 붉은 지방(紙榜). 음식점 현관에 대롱대롱 매달린 홍등. 한자로 쓰인 간판….

인천 중구청 정문 앞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이처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차이나타운’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인 이곳은 국내 최대의 화교(華僑) 집단 거주지.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중구 선린동과 북성동에 걸쳐 있는 차이나타운에는 화교 683명(170여 가구)을 포함, 주민 1만여명이 살고 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서해안 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인천종점, 경인전철 동인천역이 가깝다. 차로 5분 거리에 인천백화점, 신포동 상가, 재래시장인 신포시장까지 몰려 있어 쇼핑하기에는 최적의 조건.

차이나타운은 지난 30여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결과로 빈민가나 다름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의 얼굴에는 최근 화색이 돌고 있다.

인천 중구청이 최근 “외국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처럼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내년 초에는 중국식 대문을 상징하는 ‘패루’도 골목에 세워질 예정이다.

차이나타운에는 요즘 옛 추억을 간직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다.

중국음식점 ‘풍미교자관’을 운영하는 화교 한정화(韓正華·52)씨는 “요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옛 화교 친구들이 하나 둘씩 돌아와 살 맛이 난다”고 말했다. 화교들은 그것을 향수(鄕愁)라는 의미의 구투친(古土親)이라고 표현했다.

어려운 시기, 객지에서 돈을 번 화교들이 외지인과 함께 조금씩 그들의 ‘둥지’로 돌아오는 것이다.

95년까지 이곳의 중국음식점은 한씨가 운영하는 풍미교자관 뿐이었지만 지금은 4곳으로 늘었다.

주민 이기철씨(47·북성동)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전통 중국요리를 맛보고 월미도를 산책하면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은 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들어서면서 조성됐다.

당시 ‘비단장수 왕서방’의 중국산 능라주단을 비롯,온갖 약재와 서양의 물품들이 이곳에서 거래됐다. ‘용의 발바닥도 팔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주민 최영춘씨(72)는 “어린 시절 차이나타운의 화려한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동네 아이들과 뛰놀던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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