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감독 비판만 할때가 아니다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9분


성적부진으로 중도하차한 롯데 김용희감독과 멕시코에 완패한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차범근감독을 지켜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그동안 국내 감독들은 너무나 자주 ‘무마의 도구’로 희생양이 돼왔다.

여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긴 하다. 특히 감독이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는 야구는 어느 종목보다 감독의 영향력이 크다. 모든 플레이가 벤치의 작전에 의해 이뤄지므로 웬만한 팬조차 경기의 순간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 따라서 주위의 등쌀은 더욱 거세진다.

이에 비하면 축구는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의 비중은 야구보다 훨씬 작다.

축구에는 전문지식이 없는 필자지만 현 시점에서 무엇이 우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하며 어떻게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대개의 경우 비판을 위한 비판은 감독과 선수간의 신뢰감을 무너뜨려 파국으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독 지휘봉을 잡아보면 외부에 말할 수 없는 일들이 꽤 많다. 따라서 직접 팀을 맡아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쉽게 말을 하게 된다.

롯데의 경우 김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으로 분위기를 추스렸다. 월드컵팀의 차감독은 아직 두 경기가 남아 있다.

멀리 이국에서 잠 못이루며 이미 새까맣게 타 있는 그의 가슴에 또 기름을 끼얹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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