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테크노파크 쌍용3차관리단 직원들이 부천시 신흥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기 위해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 신흥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혼자 살고 있는 장모 씨(57)는 수년 전부터 알코올성 치매와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 직업이 없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월세 25만 원을 내는 것도 버거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게다가 주택이 반지하에 있어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벽지와 장판은 물론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기 일쑤였다.
이런 그의 집에 지난달 18일 고마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시가 2000년에 조성한 산업단지인 부천테크노파크의 쌍용3차관리단 임직원들이 장 씨의 집을 무료로 수리해주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앞서 쌍용3차관리단은 부천테크노파크에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체 1200여 곳이 입주해 1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장점을 살려, 체계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사를 맡을 집수리 봉사단을 구성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부천테크노파크 주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시에 2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날 김종헌 회장과 직원들은 곰팡이를 말끔히 제거한 뒤 벽지와 장판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또 집안 구석에 쌓여 있던 집기와 가전제품을 정리하고, 전기·조명·위생시설 등을 수리했다.
김 회장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눈다는 의미로 장 씨의 집을 ‘온(溫)기 하우스 1호점’으로 부르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민간기업이나 사회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노인이나 장애인 가정 등 생활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과 단체의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시민 복지 향상의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마을 지니어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자발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가난한 이웃을 돕거나, 생활 속 불편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마을공동체 사업이다. 현재는 무료로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마을 변호사’를 비롯해 세무사, 건축사, 공인중개사 등 다양한 직업의 재능기부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원미구 중동에서는 미용사들이 모여 ‘청춘살롱’을 만들어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마을 지니어스 사업은 지난해 15개 행정동에서 운영됐으나, 올해는 부천 지역 37개 모든 동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시는 2018년부터 중앙로타리클럽, 인테리어기술학원, 전기설비 전문봉사단체인 ‘대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랑애(愛) 집수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무료 집수리를 해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는 메리트화재해상보험㈜과 함께 ‘걱정 해결사업’을 벌이고 있다.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제도와 규정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을 돕는 사업이다. 1가구당 최대 400만 원까지 긴급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155가구에 총 4억3800만 원을 지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기업과 단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나눔 문화를 펼쳐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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