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이 자유롭게 살아온 삶, 그 끝에서 마주한 조용한 회한이 온라인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회한”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976년생 여성으로, 현재 50대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작성자는 “IMF를 겪고 사회에 나왔고, 2002 월드컵의 열기를 거리에서 누비며 느꼈던 청춘이었죠”라면서 “결혼을 했고, 신혼 초엔 마치 드라마처럼 살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맞벌이를 하며 ‘둘이 벌어 둘이 쓰는 삶’을 당당하게 선택했다. 애초에 우린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면서 “IMF를 겪으며 가족을 부양하는 것에 대한 무거움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공무원을 선택했다. 사랑만으로도 충분했고, 자유로운 삶이 너무나 소중했다”고 적었다.
또 “그 시절, 친구들은 육아와 집값 걱정에 허덕일 때 우리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기념일마다 호텔에서 묵으며 서로를 챙겼다. 퇴근 후에는 문화센터에서 와인 클래스를 듣고, 서점에서 최신 베스트셀러를 함께 고르곤 했다”면서 “‘애 없이 이렇게 살면 딱 좋지 않아?’라고 우린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며, ‘남들과는 다른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50이 됐다”고 고백한 그는, 최근 들어 문득 느끼는 공허함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작성자는 “지금도 주말은 나름 바쁘다. 요가도 하고, 친구들과 맛집도 다니고, 동호회도 열심히 나간다”면서 “SNS에 사진 올리면 ‘언니 진짜 멋지세요’ 댓글도 달린다. 혼자 외롭게 지내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잘’이 ‘텅 빈 잘’ 같더라고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모임이 끝나고 친구들이 ‘우리 아들 데리러 가야 돼’ 하며 일어설 때, 누군가는 딸이 보낸 톡을 보며 웃을 때, 나는 혼자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면서 “누군가의 ‘엄마’였던 적이 없고, 누군가의 ‘걱정’이었던 적도 없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엔 내 생일에, 조카가 단체방에 ‘생일 축하드려요’ 하고 이모티콘 하나 보내 준 게 전부였다”면서 “한때 그렇게 생일상을 받았고, 케이크를 고르던 내가 이제는 그냥, 나를 위한 혼자 하는 걸로 족해야 한다는 게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도, 마음이 자꾸 조용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땐 자유가 좋았습니다. 지금은…‘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책임지는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다는 게 마음 깊숙이 아릿하게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수많은 공감과 댓글을 이끌었다.
누리꾼들은 “반려동물도 좋지만 자식은 비교 불가한 축복”, “아이들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너무 크다”, “딸 낳기 전으로 돌아가도 백 번 다시 낳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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