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은성수子 ‘병역기피’ 도운 前서울병무청장 징계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9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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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2021.7.28. 뉴스1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2021.7.28. 뉴스1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진 아들에 대한 병역법 위반 고발 건을 취하해달라고 서울지방병무청 과장에게 13차례나 직접 전화를 걸어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과장은 은 전 위원장의 청탁을 받은 뒤 실무진 반대에도 청장 직보를 거쳐 고발 건을 취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의 ‘2023년 공직비리 기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은 전 위원장의 아들 은모 씨의 국외여행허가 업무를 위법하게 처리한 당시 서울지방병무청장인 A 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하고, 퇴직한 과장 B 씨에게는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병역 미필자인 은 씨는 2017년 1월~2021년 9월 유학을 이유로 병무청 허가를 받아 출국했다. 은 씨는 2021년 9월 영주권을 신청하겠다며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했으나 병무청은 “병역 의무 이행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며 거부했다.

은 씨가 정해진 시한인 2021년 11월 20일까지 귀국하지 않자 병무청은 같은해 12월 은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은 씨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신청했고, 절차가 마무리돼야 귀국 가능하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은 씨를 고발했던 병무청은 돌연 이듬해 1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고발건을 취하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 은 전 위원장의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은 전 위원장이 아들의 귀국 시한이 사흘 남은 2021년 11월 17일부터 병무청 담당 과장 B 씨의 업무용 전화로 1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을 파악했다. 은 전 위원장이 직접 아들 사정을 설명하면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고 고발을 취하해달라고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투자공사 사장, 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은 전 위원장은 당시 금융위원장에서 퇴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B 씨는 직접 이의신청을 인용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뒤 병무청장 A 씨에게 직보해 결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이의신청 건을 주무관과 계장급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뒤 과장-국장-청장 순으로 보고하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B 씨 부하직원들은 “B 씨에게 매일 시달렸다”며 “동료들이 대법원 판례까지 찾아 B 씨에게 보여주면서 이의신청을 받아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A 씨와 B 씨에 대해 병역법 위반 방조,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넘긴 바 있다.

한편 은 씨는 이의신청 인용 후 “정해진 기간 내 귀국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뒤 한 차례 국내로 입국했다. 그러나 2022년 1월 재출국한 뒤 지금까지도 입영하지 않은 상태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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