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기업 환경에 변수… 산불 등 2차 자연재해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탄 히안 홍 FM글로벌 아시아 수석부사장 인터뷰
세계 최대 규모의 재물보험사… 태풍-호우 등 재난 상황 분석
데이터로 피해 예측 보고서 작성… 韓 회복탄력성 130개국 중 32위
기후 변화 분야는 100위로 저조… 공급망 문제 대응할 전략 필요

탄 히안 홍 FM글로벌 아시아 수석부사장이 1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탄 수석부사장은 “한국은 아직 기후 변화와 
관련된 대응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FM글로벌 제공
탄 히안 홍 FM글로벌 아시아 수석부사장이 1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탄 수석부사장은 “한국은 아직 기후 변화와 관련된 대응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FM글로벌 제공
“예전에 자주 발생하지 않았던 우박이나 대규모 산불 같은 ‘2차 재해’의 발생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자연재해에 대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합니다.”

17일 서울 중구 FM글로벌 한국지점 사무소에서 만난 탄 히안 홍 FM글로벌 아시아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형태의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미래 상황을 우려했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이 그동안 대비하지 않던 재난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FM글로벌은 1835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재물보험사다. 2022년 한국에 진출했다. 통상 재물보험은 공장에 불이 나거나 홍수가 나는 등 자연재해를 입을 때 보장한다. 하지만 FM글로벌은 고객의 사업장을 미리 방문해 예상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컨설팅’을 하고 있다. 다음은 탄 히안 홍 수석부사장과의 일문일답.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기후 변화다. 이는 보험사 보고서를 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청구액이 기존 연평균 600억∼700억 달러(약 82조8000억∼96조6000억 원)에서 3년 전에 1000억 달러(약 138조 원)까지 늘었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청구액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업들이 새로 대비해야 하는 재난이 있을까.

“기존에 굳이 대비하지 않아도 되었던 재난이 늘어나고 있다. 우박이나 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bush fire)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자주 발생하던 자연재해는 기업들도 어느 정도 손실이 날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2차 자연재해는 아직 대비가 쉽지 않다.”

―재난 피해를 어떻게 대비할 수 있나.

싱가포르에 있는 고객 중심 체험형 시설 ‘FM글로벌 센터’ 전경. 고객사는 이곳에서 자연재난 등 다양한 위험 방재를 체험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고객 중심 체험형 시설 ‘FM글로벌 센터’ 전경. 고객사는 이곳에서 자연재난 등 다양한 위험 방재를 체험할 수 있다.
“태풍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FM글로벌은 태풍 정도와 강의 범람 등의 상황을 데이터로 예측한다. 그리고 해당 자료를 고객에게 ‘기후 리스크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다. 기후 변화 역시 ‘기후 변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해당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2030년, 2050년 예측 상황을 보여 준다. 그러면 고객사는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강수량, 해수면 수위, 기온 등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확인해 공장 이전 등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FM글로벌이 발표하는 국가별 회복탄력성 지수에 대해 설명해 달라.

“회복탄력성 지수(Resilience Index)는 전 세계 국가들의 위험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태풍, 화재, 사이버 공격 등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가 이를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한국은 2024년 회복탄력성 지수 순위에서 130개국 중 32위로 평가됐다. 도시화율(4위), 사이버 리스크 퀄리티(7위) 등의 항목이 높게 평가됐다.”

―한국이 미흡한 항목은 뭘까.

FM글로벌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전 세계 회복탄력성 지수로 한국은 32위에 그쳤다. 회복탄력성은 기후 변화 등 자연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올해 덴마크, 룩셈부르크, 싱가포르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FM글로벌 제공
“기후 변화 분야가 대표적이다. 130개국 중 100위에 그쳤다. FM글로벌은 해당국이 탄소 배출 감축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온실가스 순배출 ‘0’을 목표로 하는 ‘넷 제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FM글로벌은 2022년부터 고객사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도록 돕는 ‘회복탄력성 크레디트(Resilience Credit)’를 만들어 지급하고 있다. 강풍,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시설을 만드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 지난해 3억5000만 달러(약 4830억 원)가 지급됐다.

―기후 변화 이외에도 기업들이 대비해야 할 위험 요소가 있다면….

“공급망 문제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업체에 납품하는 공급 업체 공장이 홍수가 잦은 지역이나 해안 근처에 있다면 언제든 공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공급 업체와 협상할 때 물품 조달이 가능할지만 점검할 뿐 공급 업체의 공장 위치까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FM글로벌은 고객사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공급 업체 공장까지 찾아가 화재, 유지 보수, 공급망 등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다.”

―한국 기업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변화, 기후 변화, 공급망 변화 등이 발생하고 있다. 배터리나 전기차 등 새로운 제품도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비즈니스 전략이 바뀌고 있다. FM글로벌은 기업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돕는 회사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 도움이 되고 싶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후 변화#기업 환경#산불#2차 자연재해#탄 히안 홍#fm글로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