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착취 구조”…‘계곡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의 결혼 무효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9일 2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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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2.4.19/뉴스1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2.4.19/뉴스1
‘계곡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33)와 피해자 윤모 씨(사망 당시 39세)의 결혼이 9년 만에 무효가 됐다.

인천가정법원 가사3단독(전경욱 판사)은 19일 윤 씨 유족이 이 씨를 상대로 청구한 혼인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윤 씨 유족은 2022년 5월 이 씨를 상대로 “두 사람의 결혼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이은해가 실제 결혼 생활을 할 의사 없이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윤 씨와 결혼했다”며 혼인 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혼인의 무효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윤 씨와 단 한 번도 함께 살지 않았고, 혼인 기간 내내 다른 남성과 동거한 점 △이 씨 스스로 윤 씨와의 혼인을 ‘가짜 결혼’이라고 말한 점 △이 씨가 동거하던 남성들이 이 씨와 윤 씨의 혼인신고 사실을 몰랐다는 점 등을 종합해 “이 씨에게는 혼인신고 당시부터 윤 씨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윤 씨 역시 이 씨가 자신을 배우자로 대우한다기보다는 ‘2000만 원 있으면 나와 살아줄 사람’ ‘장례식 때 안 올 거 같은 사람’ ‘연인보다 멀고 썸 타는 사이보다 조금 가까운 사이’로 인식했던 것으로 봤다. 경제적으로도 두 사람이 공동으로 생활을 이어나갔다기보다는 이 씨가 윤 씨를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윤 씨의 유족 측은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도움 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악연의 고리를 하나 끊어냈다고 생각하니 오늘만은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기분”이라며 “남은 입양 무효 소송도 다음 달 판결을 희망해본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유족 측 요청에 따라 윤 씨의 양자로 입양된 이 씨의 딸에 대해 입양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씨는 2019년 6월 8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내연 관계인 조현수(33)와 공모해 수영을 못 하는 윤 씨를 계곡에 빠뜨려 사망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한 직접 살인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윤 씨가 물에 빠진 뒤 구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숨지게 한 간접 살인죄를 인정했다. 윤 씨에게 복어 피를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 씨와 조 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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