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에 ‘가스라이팅’ 당해 26억 뜯긴 아이돌…“성추행 무마해줄게”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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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5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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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A 씨가 자신을 속이고 가스라이팅 한 방송작가 B 씨로부터 26억 원을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월 A 씨를 속여 26억 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26억 원을 A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최근 판결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2019년 6월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자 B 씨는 자신이 검사들과 친분이 있다며 “성추행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A 씨에게 16억 원을 뜯어냈다.

이후 A 씨가 무혐의를 받자 B 씨는 “검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번복하려 한다”며 돈을 더 요구했고, A 씨는 은행 통장과 비밀번호, 보안 카드를 그에게 넘겨줬다. B 씨는 A 씨의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 10억 원을 받아 갈취했으며 A 씨가 갖고 있던 명품 218점도 가져갔다.

그러나 B 씨는 검사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며, 돈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B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해 7월 B 씨를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에서 A 씨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해 전 재산을 넘겼다”고 주장한 반면 B 씨는 “A 씨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고 통장 등도 승낙을 받아 관리해 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월 B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며 “B 씨는 26억 원을 A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형사소송에서 유죄를 선고할 때 그 범죄로 발생한 손해배상을 함께 결정하는 ‘배상 명령’ 제도를 이용한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A 씨는 성추행 사건 당시 이미 촬영한 방송이 통편집되는 등 연예인 활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불안했을 것”이라며 “평소 신뢰하던 B 씨에게 쉽게 속아 넘어갔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는 이 사건으로 평생 모아 온 재산을 잃고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B 씨는 범행 방법이나 기간, 가로챈 금액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범행 전부를 부인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B 씨 측 모두 항소했으며,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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