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사전투표에 나선 젊은 MZ 유권자들 사이에서 미리 준비한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는 투표인증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6일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날부터 다양한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이 중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를 들고 찍은 인증 사진이다. 이는 유권자가 투표소로 향하기 전 직접 챙겨간 인증 용지다. 손등에 도장을 남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투표 인증을 위한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인증 용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만화 캐릭터, 이모티콘 캐릭터, 프로야구팀 등 다양하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춰 직접 용지를 만들거나 SNS에 무료 배포된 이미지를 출력해 사용한다. 아이돌 팬들은 최애 멤버의 포토카드를 활용하기도 한다. 인증 방법은 정해져 있다. 그림 속 비워진 공간이나 글자에 기표 도장을 찍어 이미지를 완성시키면 된다.
예컨대 호유 작가가 야구 팬들을 위해 배포한 투표인증 용지에는 ‘기아 ㅜ승’ ‘LG ㅜ승’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우승’이라는 단어가 완성되게끔 ‘ㅜ’ 위에 기표 도장을 찍으면 된다. 호유 작가는 5일 동아닷컴에 “아이돌 팬들이 포토카드를 활용해 투표 인증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야구 팬들도 비슷하게 즐길 수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며 제작 계기를 전했다.
이러한 인증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2020년 21대 총선 때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손등에 도장을 찍지 못하게 하자 당시 일부 유권자는 별도의 인증 종이를 준비했고, 아이돌 팬들은 포토카드를 활용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인기 이모티콘 망그러진곰 등 한층 다양해진 인증 용지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유행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용지를 출력해가는 번거로움에도 유권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인증 용지를 들고 사진을 남긴 이들은 “빨리 찍어보고 싶어서 일찌감치 투표했다” “버리지 않고 기념으로 보관해야겠다” “난생처음 투표 인증 사진을 찍어봤다” 등 만족해했다. 뒤늦게 이같은 용지를 본 유권자들은 “진작 알았으면 뽑아갔을 텐데” “이 귀여운 걸 투표하고 난 뒤에 봤네” 등 아쉬워했다.
한편 투표 인증 사진은 투표소 내에서 촬영하면 안 된다. 특히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카메라에 담으면 공직선거법 제166조의 2(투표지 등의 촬영행위 금지)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투표소 밖에서는 인증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하며 찍거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 벽보 등을 배경으로 찍는 것도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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