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집단 사직 하루 전…“아이 치료는 어떡해”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24일 1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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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내일 사직서 제출키로
"우리 아이 잘못되지 않을까 불안"
"제대로 된 치료 받을 수 있을지 의문"
"정부·의료계, 대화 장 나서 책임져야"

ⓒ뉴시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과 전공의 징계 방침에 반발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시내 대학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까”하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19개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39개 의대가 속한 전국 의대 교수 협의회(전의교협)는 총회를 거쳐 25일부터 교수들의 외래 진료, 수술, 입원 진료 근무 시간을 주 52시간에 맞춰 줄이기로 했다.

이 같은 의대 교수 집단 사직 결의와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한 외래 진료 최소화 방침에 환자와 가족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까 하는 걱정만 가득한 상황이었다.

실제 이날 오전 뉴시스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30대 남성 김모씨는 “교수님마저 병원을 떠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이러다 정말 우리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자녀의 치료를 위해 2주 전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상태가 안 좋아져서 서울대병원에 왔다. 지금 아이가 의식이 없는 상태라 아이 걱정만 하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왜 우리가 의정 갈등 때문에 다른 변수들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너무 힘들고 걱정만 된다”고 말했다.

희귀병으로 줄기세포 이식 등의 수술을 받은 6살 딸의 보호자 박모(46)씨도 “저희 아이는 희귀병이 2개라서 병원을 계속 와야 하는데, 교수님들이 사라지고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 정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자꾸 의문이 든다”며 한숨 쉬었다.

이어 “그래서 간호사 선생님들한테 우리 아이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계속 물어보고 확인한다”며 “아이 병이 작은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고 전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남편의 수술 때문에 병원을 찾은 50대 고모씨도 “한동안 계속 수술이 밀리다가 어찌저찌 입원해서 남편이 수술을 받긴 했다”며 “이후에는 2주에 한 번씩 진료를 해주러 온다고 했는데 정부와 의사 갈등이 더 고조되고 교수님마저 떠나면 그때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보호자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타협을 통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뼈를 다쳐 정형외과를 찾은 한 환자의 보호자 김모(60)씨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사가 지금 너무 부족해 증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의료계 파업이 길어질수록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그 피해로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책임은 누가 질 거냐.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장에 나서 서로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의대 증원 발표와 함께 진료유지명령 및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고 이를 위반한 전공의에게는 의사 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대해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이달 초 가장 먼저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의 경우 의견 제출 기한이 오는 25일까지인데, 해당 기간 의견을 개진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5일까지 의견 개진이 없다면 정부는 오는 26일부터 이들에 대한 면허를 정지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공보의와 군의관을 100명씩 200명을 4주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파견 인원은 공중보건의 293명, 군의관 120명으로 총 413명으로 늘어났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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