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은 사람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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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상 출산 부모와 두 자녀 꿈꾸는 청년에게 들어보니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가족그림이 그려진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초저출산 시대라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는 한 해 수십만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약 40%가 출산 순위 둘째 이상 아이다.

물론 출생아도 줄고 둘째 이상 아이들의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1981년 59.0%였지만, 2001년 52.3%, 2011년 49.1%에서 지난해 2023년 39.8%까지 줄었다. 정부는 결국 지난해 다자녀 지원 혜택의 기준을 두 자녀 이상으로 하향했다.

그 수가 현격히 줄고 있다지만 아직 적잖은 수가 둘째 이상 아이를 낳고 또 낳을까 고민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도 7만여 명의 둘째와 1만여 명의 셋째 이상 아이가 태어났다. 둘째 이상의 아이를 낳은 부모들은 어떤 생각으로 둘째를 낳았을까. 또 둘째를 낳고픈 청년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빠와 아이가 함께 미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두 자녀 육아휴직父, “고통 49%, 행복은 51%…그래도 출산·육휴 잘했다 생각”

서울 소재 직장에 다니는 A 씨(45)는 지난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외벌이인데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하기로 한 것. 팀 내 중간관리자라는 중요한 위치였지만, 그는 “(가정을) 이대로 두면 큰일 날 것 같았다”며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A 씨는 첫째와 둘째 모두 마흔 살 넘어 낳았다. “늦게 결혼했으니 마냥 여유 있을 수 없어서 1년 정도 저희 시간 보내고 그 뒤로 바로 아기를 낳았어요.” 둘째를 갖게 된 이유를 묻자 “첫째가 외롭지 않게 자연스레 둘째 계획도 가진 것 같아요”라고 했다.

A 씨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짬짬이 프리랜서 강사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와 둘은 정말 큰 차이입니다. 하나가 돌아가도 다른 하나가 안 돌아갈 때가 많으니까…제가 육아를 계속 해 오던 사람이 아니잖아요. 갑자기 몇 시간이라도 혼자 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솔직히 불안해요. 사고 터지면 어떡하나. 근데 와이프가 ‘나간 김에 그럼 언니 좀 만나서 좀 수다 좀 떨고 올게’ 하면 몇 시간이 지나고…그래도 그걸 뭐랄 수는 없는 게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너 없는 동안 나 고생했는데 이제 네가 대신 해줘’ 이런.” A 씨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아내는 사실상 독박육아를 했다.

사진 출처 뉴시스
사진 출처 뉴시스

유급 휴직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A 씨는 휴직을 몇 개월만 쓰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비용 부담도 있다. “이번에 육아휴직급여 올라서 한 달에 200만 원 받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그건 둘이 육아휴직 해야만 받는 거예요. 외벌이인 저희랑 아무 상관도 없는 거였습니다.” 정부는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올려주는 ‘3+3 육아휴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A 씨는 “외벌이든 맞벌이든 (아빠) 육아휴직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정신없고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과 후회의 비율을 따진다면 “51대 49”라고 한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육아는 51% 행복, 49% 고통이라고. 둘째 낳고 육아 휴직한 거 힘들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보람도 느낍니다.”

보건복지부가 다자녀 가족들을 모아 연 행사. 뉴시스

네 아들 워킹맘, “나만 여자라 특별” 웃음…“인프라 중요, 희망 가질 수 있는 사회 필요”

부부가 서울 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B 씨(41)는 회사는 물론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다자녀 맘이다. 초등학생부터 유치원생까지, 아들만 넷이기 때문이다.

아이 넷은 남편의 오랜 바람이었다. “남편이 외동이에요. 외로운 게 싫었던 거야. 결혼하기 전부터 넷 낳고 싶다고 했어요. 이름까지 다 지어놨다니까요.” 딸이 없는 게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제 B 씨는 가족 중 ‘유일한 여자로서 특혜를 누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집 화장실 2개 중 1개 저 혼자 써요. 하하하.”

C 씨는 여러 직장을 거쳐 현재 유연근로가 가능한 대기업에 자리 잡았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을 터다. “(베이비)시터가 안 구해지는 거예요. 아들 넷인 집에 어떤 시터가 와요? 그래서 시터 2명도 써봤거든요. 아침, 저녁으로. 근데 두 분이 자매였는데도 싸우시더라고요.” 돌봄 공백에 ‘일을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일명 ‘강남 8학군’으로 불리는 동네 중 한 곳으로 이사했다. 이유가 인상적이다. “‘시터 안 쓰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 해서 찾아보니까 강남은 다들 영어유치원 보내니까 구립 어린이집이 대기가 없더라고요. 선생님도 너무 좋고. 동네 도서관은 밤 10시까지 해요. 학교 방과후에서 최상위 수학도 배우고.” 아이들이 많이 살다 보니 아이들 공공인프라가 잘돼있어 되레 교육비용이 덜 든다는 것이다. B 씨는 말했다. “공교육도 양질을 잘 찾으면 되는데, 부모들이 안 믿고 이용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들 넷 워킹맘으로서 애로도, 불만도 많을 듯한데 B 씨는 부정적이기보다는 밝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인프라 너무 중요하고…근로 시간이 유연해져야…남녀 가르는 거, 아이 모든 걸 부모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 안 돼요.…회사 다니며 10년을 꼬박 모았는데 집을 사는 건 꿈도 못 꾸잖아요. 사람이 목표와 희망을 갖고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해주면 아이 낳지 않을까요?”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 뉴스1
20대女, “아직은 자녀 낳고픈 마음 70%”…잘 키우는 가족서 해법 찾아보면 어떨까

직장인 C 씨(26)는 동료들 사이에서 ‘요즘 청년 같지 않은 청년’으로 유명하다. 결혼도 출산도 하고 싶은 20대 여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이 제 인생에 (우선순위) 1번이라고 한다면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건 0번이에요.” C 씨의 말이다.

그가 기자를 만나기 전 간략히 보내온 질의응답엔 이런 말이 들어가 있었다. ‘왜 결혼하고 싶나?…희망을 가지고 싶은 것일 수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 누구나 이상형 연인과 이상적 직업이 있듯이 C 씨에게는 이상적인 가족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볼 때마다 부정적 답변이 많아 자신감이 줄어든다. “얼마 전 동종업계 기혼자들을 만났는데 저출산 얘기 나오니까 다들 ‘애 낳는 것 자체가 자살이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주고 싶은데…두려움이 생기는 건 사실이에요.” C 씨가 말했다. 그래도 아직은 “낳고 싶은 마음 70%, 두려운 마음 30%”라고 한다. 일도 잘하고 싶을 텐데 육아휴직 할 수 있겠냐고 하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미래의) 남편이 할 수도 있죠.”

사회가 초저출산으로 치닫고 있다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둘째를 낳고 두 자녀 이상을 꿈꾼다. 둘째 이상 가족과 둘은 낳고픈 청년을 만나 보니 ‘100명에게 100가지 낳지 않는 이유’가 있듯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에게도 ‘100가지 이유’ 혹은 ‘100가지 육아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았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두 아이 아빠 D 씨(41), 미대 교수를 꿈꿨지만 지금은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 E 씨(45)도 바쁜 삶 혹은 빠듯한 경제 상황 속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가족에 “만족한다”, “행복하다”고 했다. “우리 같이 두 자녀 이상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 케이스를 많이 듣고 조사하다 보면 (저출산 해법의) 답도 좀 보이지 않을까요?” E 씨의 말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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