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협상→강경투쟁’ 선회한 의사협회…총파업 감행할까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27일 15시 08분


코멘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공동취재) 2023.11.26/뉴스1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공동취재) 2023.11.26/뉴스1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 의사들이 실제로 병의원 문을 닫고 총파업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의사들 휴진과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 등 집단행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을 저지했던 2020년 대정부 투쟁 수순을 밟겠다는 계산이지만 실제 실행으로 옮겨질지에 대해서는 의료계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의협은 전날(26일) 전국 의사 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면 파업에 대한 전 회원 찬반투표를 즉각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회의에 앞서 삭발도 단행했다. 그는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의료계가 단일 대오로 적극 행동할 때”라며 이번주 초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예고했다.

회의에는 2020년 당시 의료계 총파업을 이끈 최대집 전 의협 회장도 참석해 정부가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의협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 회장은 의협 집행부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과 최대집 전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2023.11.26/뉴스1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과 최대집 전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2023.11.26/뉴스1
의협은 정부가 의대정원 문제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업 관련해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정원을 추진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모든 의사회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증원 등을 추진했던 지난 2020년과 간호법 제정이 추진되던 지난 4~5월에도 개원의 등을 중심으로 휴진 후 집회를 열었다. 집단 휴진은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처벌받을 수 있음에도 감행했다.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르면 다음 달 말 혹은 내년 초에 2025학년도 의대 총정원을 정할 수 있다는 정부에 의료계가 총파업을 거론하며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적 열망이 큰 데다 반발할 명분마저 부족하다는 점에서 추진력이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의사단체에 파업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면, 의대증원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이평수 전(前) 차 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의협은 의대증원 합의 상대가 되겠다는 명분 때문에 파업까지 꺼냈다”면서 “정부가 (의협만의 일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천명할 때”라고 했다.

지역 의사회 소속의 한 임원도 “일선 회원들은 뉴스로만 접하는데, 총파업을 체감하기 힘들다. 파업 동력이 매우 약할 것”이라며 “의협의 대응은 의대증원 무산 또는 정부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젊은 의사들에게 트라우마만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협보다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이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결정할 텐데 젊은 의사들 역시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라 파업이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2020년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개원의들의 참여율보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과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가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정부의 증원 의지를 꺾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인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2일 의대증원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단체 행동에 관해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25일 서울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지침에 대해서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증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데다 여야 정치권 모두 증원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의협 등 정부의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입지는 좁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의사단체는 물론 환자·소비자단체 등 각계 의견수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평수 전 교수는 “정부가 ‘의사단체 의견을 전부 반영할 수 없으나, 사회 각계 의견을 들으니 이 정도 증원을 하겠다’고 의료계에 설명해야 한다. 이들에게 파업의 명분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의협 발표에 대해 “의대 정원 확대는 의협뿐 아니라 필수의료 현장의 환자와 의료 소비자, 지역 주민 등 국민 모두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국가 정책”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국민 여론에 귀 기울이면서 의료 단체와 협의하고, 의료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수의료 확충과 제도 개선을 착실히 추진하겠다”며 의협과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