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방광암 45% 담배 탓… 뇌졸중 30%는 술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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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硏, 담배-술 위험도 분석
“확인된 질병 최소 45-37가지
흡연-음주 사회경제비용 26조”

음주와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각종 질환의 발병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알기는 어려웠다. 1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내부 보고서는 이를 규명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원의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손실 추정 및 정책우선순위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와 술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질병은 각각 최소 45가지, 37가지다. 연구원은 건강보험 진료 빅데이터와 성별·연령별 흡연 음주 통계를 토대로 이들 질환을 앓는 환자 중 술과 담배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의 비율을 각각 추산했다. 이 비율을 ‘인구기여 위험도’라고 한다.

남성에게 발생하는 후두암의 경우 흡연의 인구기여 위험도가 70.5%에 이르렀다. 후두암에 걸린 남성 환자가 10명이라면 이 중 7명은 담배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관지암 및 폐암 환자(61.3%), 식도암(47.7%)과 파킨슨병(41.3%)도 남성 환자에게서 담배와의 연관성이 특히 높았다.

여성은 주요 질환 중 방광암(44.5%)이 담배와의 연관성이 가장 높았다. 흡연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된 발암물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방광 점막에 발암물질이 노출돼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어 기관지암 및 폐암(28.1%)과 폐성 심장질환(20.3%) 순이었다.

음주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의 27∼30%, 허혈성 뇌졸중의 25∼28%에 대한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이 이 자료를 토대로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계했더니 2021년 기준으로 흡연 11조4206억 원, 음주 14조6274억 원으로 26조 원이 넘었다.

“男 파킨슨병 41% 흡연 영향… 女 심부전 4명중 1명은 음주”


건보硏, 담배-술 ‘위험도’ 분석
젊은시절부터 누적된 음주-흡연
장노년층때 ‘부메랑’으로 발병
흡연→암, 음주→뇌졸중 큰 영향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 음주가 주요 발병 원인인 질병은 37가지다.

흡연이 암 발생과 연관성이 크다면, 음주는 소화기 질환 외에도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이 눈에 띄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각 질환의 발병에 주 1회 이상의 음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의 비율(인구기여 위험도)을 계산했더니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남성 환자의 30%, 여성 환자의 26.9%에서 음주가 발병 원인이었다. 심부전(남성 21.2%, 여성 23.7%)과 허혈성 심장질환(남성 13.5%, 여성 18.1%) 등 심혈관계 질환도 5명 중 1명꼴로 음주가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 흡연-음주로 GDP 1.3% 손해

연구원은 인구기여 위험도를 기반으로 술과 담배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계산했다. 술, 담배로 얻은 병을 치료하는 데 드는 의료비와 간병비, 교통비에 더해 병 때문에 일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성과 소득 감소를 더한 수치다.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제외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술과 담배 때문에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6조480억 원이다. 이 연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3%에 이르는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감소세를 보이긴 했으나 2017년 24조 원대에서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음주와 흡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젊은층보다 장·노년층에서 높았다. 연령별로 사회경제적 비용을 따져보면 흡연은 69%(7조8779억 원), 음주는 55.1%(8조633억 원)가 50대 이상에서 발생했다.

사실 우리 국민의 음주율과 흡연율은 50대 이상보다 20∼40대에서 더 높다.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누적된 음주와 흡연으로 인한 악영향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젊은 시절부터 금연, 절주해야 노후에 부담할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장기간 흡연하면 니코틴 내성이 강해져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며 “젊은층에서부터 흡연 예방 및 금연 치료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 ‘비만 비용’이 흡연 음주보다 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비만(과체중 포함)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과체중 및 비만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15조638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음주에 따른 비용보다 적었는데,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5.5%씩 급증하며 역전됐다.

전문가들은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비만 환자 비율이 느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야외활동이 줄어든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에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전년 대비 9.3% 급증했다.

비만으로 인한 인구기여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질환은 당뇨였다. 남성 당뇨 발병의 63.8%, 여성 당뇨 발병의 54.8%에 과체중 및 비만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의 경우 과체중과 비만이 원인이 된 임신중독증 발병이 전체의 43.9%였다.

● 비흡연-비음주자에게 불공정한 부담

술과 담배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단순히 흡연, 음주자 본인에게만 손해를 끼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술, 담배로 환자가 늘면 이들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건보 재정이 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건보료 인상은 비흡연, 비음주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술과 담배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인 건보 재정만 5조5588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불공정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담배 가격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붙이고 있다. 일각에선 흡연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음주와 비만에 대해서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25도 이상 주류의 가격에 건강부담금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 또 세계 42개국에선 설탕이 첨가된 음료나 사탕, 정크푸드 등에 부담금을 부과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 음주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히 흡연, 음주자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걷은 부담금을 금연 절주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여성 방광암#담배#뇌졸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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