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뚫고’…태풍 속 집 떠나는 부산 원도심 주민들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10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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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영도구 지역 대피 인원 84세대 126명
경로당·민간 숙박시설·지인 주거지로 몸 피해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10일 오전 9시께 부산 서구의 한 경로당 앞.

서구 서대신4동 주민 김모(80대)씨는 폭풍우 속 우산을 부여잡고 힘겹게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김씨는 관내 주민센터에서 안내해 준 경로당을 가기 위해 10분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왔다며 “어제부터 주민센터에서 계속 전화가 와서 대피하려고 집에서부터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씨가 도착한 경로당에는 주민 4명이 대피해 있었고, 이들은 지난 9일 오후 2시께 경로당에 와 이미 한 날을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신호 없음’ 표시만 반복하는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주민 허모(80대)씨는 적적함을 그나마 달래 주던 텔레비전이 이날 오전부터 갑자기 작동이 안 됐다고 하소연했다.

허씨는 “리모콘 약(배터리)이 문제인가 싶어서 바꿔봤는데도 안 되더라. 텔레비전이 되면 뉴스라도 볼 텐데”라며 리모콘 버튼만 꾹꾹 눌렀다.

주민 박모(80대)씨는 “우리 집에 언제 갈 수 있는지 혹시 아느냐”고 기자에 물은 뒤 창문을 바라보며 “비바람이 아직 강하네…”라고 말을 흐렸다.

지난달 내린 폭우에 이어 이번이 2번째 대피라는 박씨는 “우리가 사는 동네는 워낙 오래된 집도 많고 산사태 위험도 있어서 매번 주민센터에서 대피하라고 전화가 온다”며 “그래도 경로당에 오면 얘기할 사람도 있고 며칠 지낼 만한 환경은 돼서 괜찮다”고 말했다.

산복도로가 있는 부산 원도심 지역들은 노후 건축물과 침수우려지역이 많아 자연재해 시 이곳 주민들은 집을 떠나 대피 장소로 발을 옮기곤 한다.

현재 원도심 지역에서의 대피 인원은 총 84세대 126명으로 ▲중구 27세대 35명 ▲동구 34세대 61명 ▲서구 11세대 14명 ▲영도구 12세대 16명이다.

이들은 구청, 주민센터의 안내를 받아 민간 숙박시설이나 경로당, 지인 거주지 등으로 대피했다.

특히 지난달 폭우 때에도 대피 명령이 발령된 노후 시설물 E등급의 중구 소화장·청풍장 아파트 거주민들은 지난 9일 오후 사전 대피를 완료했다.

상습 침수지역인 동구 자성대 아파트 인근 거주민들도 숙박시설 등으로 피신했다.

또 영도구 노후 건축물인 영선 아파트 거주민 6세대 10명은 지난 9일 오후 3시부터 인근 호텔(5세대 9명)과 친인척 집(1세대 1명)으로 몸을 옮긴 뒤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구청 관계자들은 “태풍 상황이 조금 진정되면 주민 대피 장소로 가서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귀가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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