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흙으로 가는데, 마지막 길에…” 뇌사 60대, 새 삶 주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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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24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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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금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길금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평소 나눔을 실천하던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1일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길금자 씨(67)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신장, 간장, 좌·우 안구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24일 밝혔다.

길 씨는 지난달 23일 교회를 나서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길 씨가 쓰러진 다음 날은 길 씨의 생일이었다.

길 씨의 가족은 평소 나눔을 실천하고, ‘죽으면 흙으로 가는데 마지막 떠나는 길에 기증을 통해 다른 이를 살리고 싶다’던 길 씨의 뜻을 따르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길금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길금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길 씨는 충남 금산에서 4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길 씨는 어머니를 도와 동생 5명을 살뜰히 챙겼다. 길 씨는 훗날 103세 어머니가 치매 증세를 보이자 집으로 모셔와 최근까지 봉양했다. 거동이 불편한 동네 친척의 식사와 집안일도 15년 넘게 도왔다.

길 씨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거동이 쉽지 않았지만 나눔과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독거노인에게는 직접 김장을 해 김치 등 반찬을 기져다 주었다.

길금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길금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13년 전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길 씨는 늘 아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길 씨의 딸 이주하 씨는 어머니에게 “엄마, 이 세상에 낳아줘서 고마워. 엄마 딸로 47년을 살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어. 하늘나라에서 늘 보고 싶어 하던 남동생을 만나 행복한 시간 가져. 할머니 잘 챙겨줘서 고맙고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주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살피고 보살핀 길금자 님의 따뜻한 삶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마지막 삶의 끝에서 나눈 희망은 새로운 생명으로 밝게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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