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모으려 간판에 ‘국립’ 넣는 지방대들[기자의 눈/박성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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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정책사회부 기자
박성민·정책사회부 기자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일부 국립대의 학교명을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립학교 설치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난을 겪는 지방 국립대가 학교명에 ‘국립’을 추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학교명 변경을 신청한 곳은 강릉원주대 공주대 군산대 금오공대 목포대 목포해양대 부경대 순천대 안동대 창원대 한국교통대 한국해양대 한밭대 등 13곳이다. 13개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창원대를 제외한 12개교는 이미 학교명에 ‘국립’을 달았다. 하지만 이는 공식 학교명이 아니다. 사립대와 구분하기 위한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 ‘국립’을 강조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 대학은 상징물, 관인 등에도 ‘국립’을 쓸 수 있게 된다.

지방 국립대들의 개명 신청은 존폐 위기에 내몰린 지방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13개 대학의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2020학년도 99.7%에서 지난해 95.5%로 떨어졌다. 안동대(99.9%→79.8%), 군산대(99.8%→83.3%) 등은 하락 폭이 컸다.

하지만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기에 이런 ‘간판 바꾸기’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출생아는 24만 명대로 떨어졌다. 2022학년도 기준 102개 수도권 4년제 대학 입학정원(19만7333명)과 35개 지방 국립대 입학정원(6만673명)을 더한 25만8006명보다도 적다. 서울 한 사립대 총장은 “고3이 20만 명대로 줄어드는 시기가 오면 ‘국립’이라는 간판도 무의미해진다. 서울 사립대들도 머지않아 생존을 걱정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해당 대학들의 통계를 찾다 보니 눈에 띄는 숫자가 있었다. 13개 대학의 총정원은 2020년 2만2615명에서 지난해 2만2631명으로 오히려 16명 늘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국립’을 다는 간판 변경으로 위상을 강조해 인지도를 높이는 건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교명보다 중요한 건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있느냐다. 결국 살아남는 곳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학생 중심 교육에 앞서는 대학일 것이다.


박성민·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교육부#지방 국립대#개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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