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체납은 엄벌, 생계형은 복지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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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정과세 추진안 발표
가상자산까지 추적해 압류-추심
동산-채권 등기부도 징수에 활용
위기 징후 데이터로 복지 대상 발굴

경기 양평군에 사는 의사 A 씨는 “세금으로 낼 돈이 없다”며 2020년 12월 부과된 지방소득세 500만 원 납부를 차일피일 미뤘다. 경기도는 A 씨의 예금 계좌 등을 조회했지만 압류할 만한 재산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에 확인한 결과 A 씨가 12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도가 가상화폐를 압류하고 거래를 정지하자 돈이 없다던 A 씨는 체납액을 즉시 납부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B 씨는 주민세 5건, 6만4350원을 수년간 체납했다. 경기도 체납관리단은 B 씨의 자택을 방문해 그가 16.5㎡(약 5평) 규모의 컨테이너에서 암 투병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체납관리단은 B 씨를 위기가정으로 분리해 식료품 등을 지원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임대아파트 입주를 신청했다. B 씨는 “세금이 밀렸는 줄 몰랐다. 병을 고쳐 꼭 갚겠다”고 했다.
● 가상화폐 추징 6개월→15일 단축
경기도가 고질적 체납자에 대해 강도 높은 징수에 나서는 한편 이른바 ‘생계형 체납자’는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공정과세 조세정의 실현 추진 방안’을 16일 발표했다.

먼저 도는 올해 총 4034억 원의 체납액을 징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조세 체납자 암호화폐 체납처분 전자 관리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추적 조사하고 압류, 원화 추심, 압류 해제 등을 할 수 있다. 지난해 빗썸과 코빗 등 가상화폐거래소와 업무제휴 협약도 체결했다. 도 관계자는 “새 시스템 덕분에 6개월 걸리던 가상화폐 자산 추심 기간이 15일로 줄었다”고 했다.

도는 체납자가 담보대출을 위해 개설한 동산 등기부등본도 전수 조사해 체납액 징수에 활용할 방침이다. 의료기기와 원자재, 바이올린 등 고가의 동산도 부동산처럼 등기부등본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에는 지방세 30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 중 해외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도피할 우려가 있는 고질·악성 체납자 304명을 적발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이들의 체납액은 총 422억 원에 달한다.
● 생계형 체납자에겐 취업 등 지원
동시에 도는 체납액 징수와 복지 연계를 위해 2019년부터 ‘체납관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31개 시군 담당자 423명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도내 체납자는 약 398만 명, 체납액은 2조4106억 원에 이른다. 체납관리단은 세금 징수는 물론이고 납부 능력 등을 고려해 긴급복지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먼저 체납자 중 건보료 체납과 금융 연체 등 39종의 위기 징후 데이터를 점검해 복지 위기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를 찾는다. 이후 생계형 체납자로 판단되면 주거·생계·의료비를 지원하고 필요하면 구직·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는 지난해에만 1만5251명의 위기 대상자를 찾아 7628건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긴급복지 위기 상담 핫라인과 콜센터를 운영하며 위기 상담 및 제보를 받고 있다. 류영용 도 조세정의과장은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서는 허용된 제도 안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공정과세 추진안#가상자산#악성 체납#생계형 체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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