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만졌잖아”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린 男…2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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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4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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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려 기소됐던 남성이 2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무죄선고를 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맹현무 김형작 장찬 부장판사)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B 씨 엉덩이를 만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인 B 씨의 추측성 진술 등으로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억울한 사연은 2020년 11월 아침 출근길의 한 지하철에서 발생했다. 당시 전동차에서 하차하던 여성 B 씨의 엉덩이를 누군가 움켜쥐었다.

B 씨는 즉시 고개를 돌렸고 자신의 왼쪽 뒤편에 있던 A 씨를 보고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B 씨는 “어디를 만지는 거냐”며 항의하며 몸을 잡으려 했으나 A 씨는 그대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B 씨는 그런 A 씨를 잡은 뒤 “도와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A 씨는 귀에 꽂고 있던 무선이어폰을 뺀 후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얼마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응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군가 내 엉덩이를 만져 뒤를 돌아봤을 때 A 씨가 가장 가까웠다”며 “다른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마지막쯤에 내리는 거라서 승객들끼리 밀착한 상태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팔을 뻗어서 제 엉덩이를 만질 만큼 꽉 붐비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A 씨는 B 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폐쇄회로(CC)TV에는 A 씨와 B 씨가 하차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영상에는 B 씨의 진술과는 달리 많은 승객이 지하철에서 우르르 하차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경찰 송치 내용 그대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재판에서 B 씨의 진술이 달라졌다.

B 씨는 “제가 느끼기엔 A 씨가 제 엉덩이를 손으로 만졌다”면서도 “지하철 칸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만원인 상태로 서로 옷깃이 부딪혀있고 앞뒤로 접촉한 상태였다. 하차 시에도 제 뒤편에 사람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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