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5화입니다. |
“그때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몫이)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늘 3명(이재명 정진상 김용)이 세트로 같이 있었기 때문에…”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천화동인 1호는 형들의 노후자금’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형들’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포함되는지를 묻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정 변호사는 앞선 이달 16일 진행된 71차 대장동 공판에서 ‘천화동인 1호’가 이 대표 최측근들의 노후 준비용이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날 재판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까지 지목한 것입니다.
● “노후자금 챙길 ‘형들’에 이재명 포함된다 생각”

김 씨 측 변호인이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친하다고 과장했다거나 허풍이라고 느끼지 않았냐”고 묻기도 했지만 정 변호사는 “의심한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초기에도 정 전 실장에게 보고를 하라고 하거나 심부름을 시켰고, 김 전 부원장은 늘 통화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결코 허풍처럼 보일 수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 대장동 사업 지시한 이재명, 유동규 “시장님은 천재” 칭찬
‘대장동 일당’의 비용 부담을 덜어준 1공단 공원사업 분리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직접 결정했다는 증언도 이날 재판에서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6년 1월 1공단 분리를 이 시장에게 보고한 뒤 결재받았나’라는 김 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시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1공단 분리가 이미 승인됐다고 들었는데, 이재명 시장이 설명을 듣더니 ‘분리 개발은 안 된다, 그러면 공원화를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며 “그래서 1시간가량 토론을 거쳤고 결국 이 시장이 분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반을 꼼꼼하게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당초 성남시는 이 대표의 공약사항 중 하나로 대장동과 1공단을 결합해 개발하고자 했지만, 사업을 분리해 대장동이 먼저 개발됐습니다.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은 관련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모델 설계 등 사업 전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거듭된 재판에서 수차례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이 시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보고했을 때의 상황과 관련해 “(이 시장이) 확정적으로 먼저 (이익을) 받아오는 것은 본인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지시와 관련해 ‘시장님이 천재같지 않냐’고 감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앞선 20일 재판에서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보고 당시 이재명 시장이 민간사업자 이익이 이렇게 적으면 공모가 흥행이 되겠냐고 언급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공사 측에서 성남시 제1공단 공원화 비용 2561억 원을 환수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1260억 원의 이익이 남는다고 보고하자, 이 대표가 당시 민간사업자 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장동 민관합동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공사가 확정이익 1822억 원만 챙기기로 하면서 고작 7%의 지분을 가진 민간사업자들은 78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가져갔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공사가 확정이익을 받아야 민간 이익이 극대화 된다는 말을 유 전 직무대리나 이 대표에게 직접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 했습니다. 또 “당시 공사가 확정이익을 가져오는 사업 방식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향후 부동산 경기를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확정이익 방식이 반드시 공사에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 진술 번복한 정민용, “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거짓 진술”

다음 공판은 법원 정기인사 등을 고려해 다음달 10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남욱 변호사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